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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 바이든 도운 아프간 통역사, 가족들과 탈출 성공

방성훈 기자I 2021.10.12 11:25:26

"나와 가족들 구해달라" 구조 요청 보낸 통역사
가족들과 마지막 탈출 비행기 탑승 시도했으나 실패
수주간 은신처 피신후 美도움으로 파키스탄 국경 넘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8월 30일(현지시간) 게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통역사의 구조 요청 보도. (사진=WSJ 홈페이지 캡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조난당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도왔던 아프간 통역사가 탈출에 성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등은 1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에게 구조를 요청했던 아프간 통역사 아만 할릴리가 가족들과 함께 무사히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할릴리와 그의 아내 및 네 아이들은 아프간전에 참전했던 퇴역 미군 및 미 국무부 등의 도움으로 파키스탄 국경을 넘었다. 비밀 작전으로 이뤄진 할릴리 가족의 탈출은 6주 가량 은신처에 숨어 지낸 뒤 아프간을 횡단해 600마일(965km) 이상을 운전해야 했던 긴 여정이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현재는 파키스탄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존 케리, 척 헤이글 상원 의원과 함께 아프간을 방문, 일정 수행 도중 눈보라로 미 육군 블랙호크 헬레콥터가 외딴 계곡에 강제 착륙해 조난을 당한 적이 있다. 할릴리는 이 때 구조 작전에 참여했다.

2001년 탈레반 정부 축출 직후부터 미군에서 일했던 할릴리는 지난 수년간 아프간을 떠나려 시도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미군을 위해 일하는 아프간인들에게 제공되는 특별 이민 비자 신청이 지난 2016년 거부됐다. 올해 6월에도 특별 이민 비자를 신청했지만, 그가 일하던 방위산업체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잃어버리면서 절차가 중단됐다.

그러던 중 아프간이 탈레반에게 점령당했고, 할릴리는 지난 8월 30일 WSJ을 통해 미 백악관에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저와 제 가족을 구해주십시오. 이 곳에 있는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며 구조 메세지를 보냈다. 당시엔 탈레반에게 들킬 수 있다는 우려에 모하메드라는 가명을 썼다.

할릴리는 이후 폭스뉴스에도 출연해 “저와 제 가족을 잊지 말아달라. 지금 아프간은 매우 힘들고 공포스러운 상황”이라고 거듭 도움을 청하는 한편, 미국에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말 가족들과 함께 아프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을 찾아 마지막 탈출 비행기에 탑승하려 시도했으나, 가족들을 제외한 할릴리 본인만 탑승이 가능하다며 제재를 당했다.

할릴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인연이 알려지면서 미 전역에선 아프간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을 중심으로 그를 도와주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많은 단체 등도 관여했다. 덕분에 그는 무사히 아프간을 탈출할 수 있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할릴리의 구조 요청 당시 “우리는 형식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그를 찾아 데리고 나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우리는 당신(할릴리)을 구할 것이며, 당신의 공로를 존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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