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10월11일 13시1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제품의 맛이나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과 분위기, 스토리까지 함께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외식·카페 시장에서는 유행하는 메뉴를 빠르게 내놓는 것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서 소비자가 반복해서 찾을 이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다.
현재 영국 런던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식 말차 브랜드 '토끼야(Tokkia)'도 이런 흐름 위에 올라섰다.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커피 대신 말차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토끼야는 여기에 한국식 말차라는 정체성을 더했다. 일본산 말차가 익숙한 현지 시장에서 한국산 말차를 앞세우며 차별화했고, K컬처에 대한 관심까지 맞물리면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이데일리는 토끼야를 운영하는 임수지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외부 투자에 기대 몸집을 키우기보다 자체적으로 매출을 만들고, 그 수익을 토대로 다음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창업자다. 말차에서 시작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한국적 아이템을 담는 브랜드로 토끼야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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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금융권 떠나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K-말차 승부수
임 대표는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미국계 컨설팅펌에서 3년 반~4년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했다. 미국 공공기관이 보유한 부지를 활용한 민관협력(PPP) 사업의 금융 구조를 짜는 일이 주 업무였다.
안정적인 커리어였지만 오래할 일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임 대표는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 있나 싶었다"며 "창업 아이템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적인 것을 하고 싶었고, 우연히 한국 방문 때 접한 황차가 아이디어를 줬다"고 말했다. 평소 차를 즐겨 마시던 그는 이후 한국 차를 본격적으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한국 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브랜드가 드물다는 점에 주목해 퇴사 후 첫 브랜드 '비움(Be-oom)'을 세웠다.
비움을 운영한 경험은 두 번째 브랜드인 토끼야로 이어졌다. 한국 차의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프리미엄 차만으로는 고객층을 넓히고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임 대표는 보다 대중적인 방식으로 한국 차를 알릴 수 있는 상품을 고민했고, 그 결과 한국식 말차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마침 영국에서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말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기존 커피 체인들도 관련 메뉴를 확대하면서 말차가 일부 애호가의 음료에서 대중적인 카테고리로 확장되는 시점이었다. 임 대표에게 말차는 단순히 유행을 좇아 선택한 상품이라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이해하는 차를 보다 넓은 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접점이었다.
그는 "일본 말차는 이미 많고 중국 차도 스페셜티 브랜드가 많지만 한국은 거의 백지였다"며 "위험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자금보다 매출…한 단계씩 키운 '자립형 성장'
토끼야의 성장 방식은 외부 자금을 먼저 끌어와 빠르게 점포를 늘리는 스타트업과는 다소 다르다. 임 대표는 초기 사업을 운영하면서 외부 자금만으로 성장 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체감했고, 이후 사업 자체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데 더 무게를 뒀다. 작은 자본으로 매장을 열고, 매출과 마진을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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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원칙은 점포 확장에도 적용됐다. 첫 매장 반응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자 토끼야는 오픈 한 달 만에 2호점을 물색했고, 8개월 안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다만 매장 수 자체를 성장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고 있다. 임 대표는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수요를 확인하고, 다음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사업에서 다시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투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 투자를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기보다 이미 검증한 사업을 한 단계 더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내년쯤 새로운 아이템을 자체적으로 선보인 뒤 성과를 확인하고 투자 유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엔젤 투자를 받은 이후 라운드를 진행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시드 혹은 시리즈A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 자금이 들어오더라도 성장 속도만을 높이는 데 쓰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 대표는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오히려 꾸준히 비용을 들여온 영역은 브랜딩과 디자인"이라며 "토끼야는 작은 조직임에도 마케팅 인력을 두고 외부 브랜딩 디자이너와 일하고 있으며, 1호점과 2호점도 같은 콘셉트를 반복하기보다 각각 다른 공간과 스토리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투자가 단기적인 비용 효율보다 브랜드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내내 강조했다. 매장을 표준화하고 비슷한 형태로 복제하면 확장 속도는 높일 수 있지만, 소비자가 토끼야를 다시 찾을 이유까지 만들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누구나 맛있는 걸 만들 수 있고 말차도 다른 곳에서 마실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왜 굳이, 한국의 색을 입힌 브랜드를 찾아야 하느냐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금융권에서 숫자와 사업성을 다뤄온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비용을 줄이고 매장 수를 늘리는 것은 단기 성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방식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숫자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브랜드의 가치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에게 토끼야의 비전을 물었다. 그는 "외부 자금보다 매출을 먼저 만들고,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되 브랜드에는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며 "말차로 확보한 고객 기반 위에 한국적인 상품을 하나씩 더해가는 것이 토끼야의 성장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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