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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씨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22분께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일본도를 이웃 주민인 김모(43) 씨에게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전날 은평구 한 카페에서 손님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큰 소리로 욕설해 또 다른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검찰은 ‘치밀하게 계획된 이상동기 범죄’라고 판단했다.
백 씨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살인 혐의에 대해선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며 “총포화약법 위반은 도검 사용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 모욕의 경우 욕설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백 씨 역시 자신의 행동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늘어놨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전제 사건에 대해선 재판부가 관여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며 “이번 재판은 피고인이 사람을 살해했는지에 대한 책임 유무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밝히면 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김 씨 유족도 이번 재판에 참석해 지켜봤다.
유족은 검찰이 공고 사실을 설명할 때 흐느끼거나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소리쳤다.
김 씨 부친은 “저는 이번 일로 외아들을 잃었다”며 “백 씨는 죄도 없고,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악랄하게 죽였다”면서 엄벌을 탄원했다.
이어 “아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해 한이 맺히고 원통하다. 이 한을 꼭 풀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씨 부친은 재판을 마친 뒤에도 “저런 자를 사형시켜서 사회에 법치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법무법인 빈센트 변호사는 “피고인이 여전히 죄를 뉘우치지 않고 변명하고 있어 유감이고 분노스럽다”며 “오늘 공판은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돼야 하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족 측은 백 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 9일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백 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와 지난달 28일 9713명의 시민이 온·오프라인으로 작성한 엄벌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백 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남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은 피해자 가족의 2차 가해 방지 등을 이유로 모두 비공개 결정을 했으나 유족들은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과 2차 가해의 직접적 관련성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피해자 김 씨의 아내는 자필 탄원서를 통해 “(고인은) 참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었다”면서 “지금까지 가해자와 그 가족들은 단 한마디 사과조차 없었다. 오히려 심신미약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가해자 가족들 역시 평소 일상과 다를 바 없이 지내고 있다”며 엄벌을 내려달라고 했다.
김 씨 아내는 이달 초 백 씨의 아버지가 사건 관련 기사에 아들을 옹호하는 댓글을 남긴 것과 관련해 고소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유족 측이 백 씨의 아버지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유족 측에 따르면 백 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10개 기사에 ‘아들(백 씨)이 공익과 대의를 위해, 한반도 전쟁을 막고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범행했다’는 취지의 댓글 약 20개를 달았다. 또 지난 5일부터 전날까지 비슷한 내용의 댓글들을 추가로 남겼다.
현재 백 씨의 아버지는 피해자 가족과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