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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껴안고 몸 녹일 수밖에"…가자 폭우로 고통 더해진 피란민들

이소현 기자I 2023.12.14 14:08:05

밤새 폭우로 임시 천막 물에 잠겨
지상전 확대로 가자지구 남부 과밀화
비위생적 환경에 전염병 확산 위기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2개월 넘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진행 중인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에 겨울 폭우와 전염병 우려까지 더해져 피란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폭우가 쏟아진 후 임시 천막 옆을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밤새 가자지구 전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가자지구의 우기는 통상 11~3월로 이 기간에 연간 강우량의 대부분이 쏟아진다.

이스라엘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지중해 연안 대부분 지역에 약 10~35㎜의 비가 쏟아졌다. 가자지구에서 북쪽으로 10㎞가량 떨어진 이스라엘 도시 아슈켈론에는 15.9㎜의 비가 내렸다.

가자지구에 이날 밤사이 폭우가 쏟아져 바닥은 진흙탕이 됐고 거센 비바람으로 임시 천막이 무너지면서 피란민들은 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WP는 전했다.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머무는 람지 무함마드(31)는 “한 달 전 가자시티에서 대피할 때 겨울옷을 받지 못했다”면서 “밤을 버티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껴안고 몸을 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에서도 담요를 구할 수 없다”면서 “구할 수 있다고 해도 가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폭우를 피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마련된 임시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이미 인구 과밀화 상태였던 가자지구 남부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앞서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점령한 이스라엘군은 남부에서도 지상 작전을 확대하면서 주민에게 칸 유니스와 라파 지역으로 이동해 피난처를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지상전이 본격화하자 한 때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칸 유니스 지역도 이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인구의 90%에 해당하는 약 190만명이 난민이 됐다. 이들 상당수가 임시 천막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다.

인구 과밀화 상황에서 폭우로 물난리까지 닥치면서 텐트가 물에 잠기고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스라엘군의 명령에 따라 남쪽 라파로 피난 온 마흐무드 아지즈(36)는 “우리 가족 모두 마시는 물과 추운 날씨로 인해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재 건물 1채에서 무려 약 70명과 함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월 중순 이후 가자지구에서 3만3500건이 넘는 설사 사례가 보고된 사실을 언급, 가자지구에 수인성 전염병과 박테리아 감염, 유아 설사가 늘고 있다면서 “비가 고통을 가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도 “대피소는 이미 오래전 최대 수용 인원을 초과했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있다”면서 “이는 보건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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