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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은 13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하르키우 지역에서의 패퇴는 푸틴에게 있어 역대 가장 큰 도전 과제를 안겼다. 그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는 ‘동원령’과 ‘협상’밖에 남지 않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우선 푸틴이 동원령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푸틴은 이제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면서도 동원령을 내리면 ‘특수 군사작전’으로 명명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스스로 전쟁이라고 시인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푸틴과 러시아가 그동안 동원령에 거리를 뒀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푸틴이 지난달 말 러시아군 병력을 현재 약 101만명에서 내년부터 115만명으로 13만 7000명 증원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긴 했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징병을 통해 증원인지, 지원병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또는 계획대로 증원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협상 카드를 고르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전쟁으로 빼앗긴 영토를 모두 되찾을 때까지 협상 테이블에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그간의 협상 과정을 돌이켜보면, 러시아가 협상을 앞세운 뒤 뒤에서는 전열 재정비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푸틴의 정치적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푸틴은 지난 20년 동안 옛 소련의 위상을 되찾을 강력한 대외정책 전략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쟁도 옛 소련 영토인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을 되찾는다는 명분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하르키우 패퇴로 그의 이미지와 입지가 큰 손상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CNN은 러시아가 지난 10일 “돈바스 해방이라는 특별 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라클리아와 이지움에 배치된 부대를 재편성한다”고 발표한 사실에 주목했다. ‘재편성’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하르키우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 사실상 이 지역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 등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내 강경파 인사들은 러시아군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지방의회 의원 47명은 푸틴이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렸다면서 그의 사임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푸틴은 전쟁 초기에도 키이우 함락에 실패하며 비판을 받았지만, 러시아 정치 분석가인 안톤 바르바신은 “현재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CNN은 “푸틴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분명하지 않다”며 “그가 어떤 결정을 하든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의 업적을 정의하는 또다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