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없는 직수형 정수기도 가능하다"

이재운 기자I 2017.11.27 14:16:02

LG이노텍, 100mW 출력 UV-C LED 세계 최초 개발
강력한 살균 기능, 수처리·공조 시스템 활용 가능

LG이노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UV-C LED 제품. LG이노텍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궁극적으로는 필터가 필요없는 정수기가 등장할 것이다.”

정환희 LG이노텍(011070) LED연구소장은 2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가진 LG이노텍 UV-C LED(자외선 발광다이오드)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날 공개한 제품은 100mW(밀리와트) 출력의 UV-C LED 제품이다. 현존하는 UV-C LED 제품 중 최고 출력이다. 개발은 마무리 단계이고, 이제 고객사와의 협력을 통해 실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술 흐름의 변화, 반도체 기술력 빛나다

UV-C LED는 자외선 중 파장이 200~280나노미터(nm)로 짧은 자외선을 방출하도록 설계한 첨단 반도체 광원이다. ‘심자외선(Deep UV) LED’로도 불리며 세균의 DNA를 파괴하고 특수 물질에 화학 반응을 일으켜 살균이나 경화(硬化)장치 등에 사용된다.

광출력이 높을수록 더 강력한 살균 장치를 만들 수 있지만, 발열 등으로 안정적인 품질 확보가 어렵다. LG이노텍은 지난해 70mW 출력 제품을 선보이며 이미 일본의 니치아 등 주요 경쟁자를 기술력 측면에서 따돌렸고, 이번에 처음으로 100mW 제품을 개발했다. 다른 경쟁업체는 40mW 수준에 머물고 있고, 100mW 제품은 2020년에나 만들 수 있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상당하다.

정 소장은 “반도체 기술력이 있었기에 일본 경쟁업체보다 2년 앞선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각종 전자 부품을 만들면서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기술력을 10여년 전부터 안정적으로 확보해왔다. 특허 문제에 대해서도 정 소장은 “우리 자체 기술로 개발해 분쟁 소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의 자체 기술은 ‘수직 구조’와 소재의 차별성이다. 기존 UV-C LED는 주로 램프 형태로 많이 선보여왔다. 하지만 반도체 형태로 기술 흐름이 변화하면서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LG이노텍이 유리한 고지를 잡게 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이 ‘사파이어 기판의 제거’다. 기존 경쟁업체들은 사파이어 기판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데, 단단한 특성을 갖고 있는 대신 자외선 빛을 일부 흡수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빛 효율이 감소하는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LG이노텍은 이를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 층만 거쳐 바로 빛을 내보내기 때문에 더 높은 효율로 더 강한 자외선을 내보낼 수 있다. 그만큼 살균 성능도 높아진다. 여기에 LG이노텍이 갖고 있는 에피(Epi, 웨이퍼에 화학물질을 증착하는 작업) 구조 기술력도 역시 힘을 보탰다.

◇수처리 시장 주목..직수형 정수기에도 변화줄 듯

이 제품은 우선 산업 현장에서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빌딩이나 자동차의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을 비롯해, 오·폐수 처리와 같은 수처리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소장은 “기존 제품은 출력이 높지 않아 빠르게 흘러가는 물이나 공기를 살균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100mW 정도 출력이면 문제없이 살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물이나 공기 중에 360도로 빛을 발산해 순간적으로 살균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LG전자(066570)LG화학(051910) 등 그룹 계열사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수처리 시장에서 협업도 기대된다.

가전에도 향후 적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 정 소장은 “현재 LG전자 직수형 정수기의 경우 10mW 출력 제품이 들어가있는데, 저수조가 없는 직수형 제품의 특성상 강하게 살균할 필요가 있다”며 적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실제 적용 시 “(기존 대비)출력이 강해지면 플라스틱 등 제품 재질을 교체해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어 고객사와 협의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LED인사이드는 UV LED 시장은 지난해 1억6600만 달러에서 2020년 5억2600만달러로 세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 UV-C LED가 같은 기간 2800만달러에서 2억4400만달러로 약 9배 늘어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LG전자 등 주요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내 점유율 순위를 지난해보다 두 계단 오른 2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LG이노텍은 LG전자의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와 정수기, 프라엘에 UV-C LED를 공급했다. 또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기도 개발해 서울시청, 부산대병원, 롯데호텔,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 등에 공급했다.

정환희 LG이노텍 LED연구소장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UV-C LED 제품의 특징과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LG이노텍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0mW 출력 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사진=이재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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