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음란물, 처벌 어렵다?…법·규제망 구멍 '숭숭'

김형환 기자I 2024.08.29 12:49:06

''반포'' 목적 인정돼야 처벌…“적용 어려워”
시청·소지 처벌 불가…“수요 계속 생길 것”
손 놓고 있던 국회…부랴부랴 대책 마련 나서

[이데일리 김형환 최오현 기자]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 영상물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규제는 허술하다. 단순히 이를 시청하거나 소지하는 경우에는 처벌할 근거도 없고, 이를 제작한 이들도 처벌하기 위해선 ‘반포의 목적’을 입증해야 하는데 여건상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딥페이크 범죄가 횡행하는 ‘텔레그램’의 경우 수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범죄라는 점을 고려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딥페이크 관련 대화(사진=연합뉴스)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성적 허위영상물 시정요구는 올해 상반기 6071건으로 지난해 전체 시정요구 건수(7187건)의 84%에 달했다. 성적 허위영상물에 대한 시정요구는 2021년 1913건에서 2022년 3574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같이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억제하고 처벌할 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딥페이크 영상물을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규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으로 ‘반포를 목적으로 허위 영상물을 만들거나 반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다.

문제는 ‘반포’의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객관적인 행위와 별개로 특수한 목적 또는 의도를 입증해야 한다. 장윤미 변호사는 “목적범은 범죄 혐의를 확정 짓는데 있어 정말 그런 목적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하니 단순한 제작 행위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수사기관에서는 ‘반포의 목적’이라는 단서 때문에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도 공소를 유지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단순 시청이나 소지로는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일 경우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지 또는 시청만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성인의 경우 불가능하다. 아동·청소년일 경우에도 대법원 판례상 외관상 명백히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에만 해당 법령을 적용할 수 있어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딥페이크 성범죄물과 관련한 대화방에서 본인임을 인증하고 적극 제작한 사람 말고 소지, 구매, 시청하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을 경우 수요가 계속 생길 수 밖에 없다”며 “현 상황은 정책적 공백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점 역시 딥페이크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2019년 N번방 당시에도 경찰은 텔레그램 측에 수사 협조 공문을 7차례 보냈지만 모두 회신하지 않았다. 메시지 암호화와 대화 삭제 등 강한 보안 기능으로 인해 텔레그램 암호 체계를 해독하는 해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회에는 딥페이크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정쟁으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딥페이크 성범죄물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위영상물의 경우 반포 목적과 상관 없이 소지·구입·저장·시청시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한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또는 음성물과 이를 편집·합성·가공한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다음달 4일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법 개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딥페이크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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