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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만 6만쪽' 서해 피격 첫 재판…서훈 측 "은폐 없었다"

성주원 기자I 2023.01.20 14:34:40

서훈·박지원·서욱·김홍희·노은채 등 재판 시작
"은폐 생각한 적 없고 월북몰이 동의 어려워"
"피고인 증거 다 묶어 놓으니 자료 6만페이지"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자료를 은폐하고 ‘월북몰이’를 한 의혹을 받아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첫 재판 절차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2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20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피고인들은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채 변호인을 통해 혐의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서 전 실장 측은 “사건 발생 후 은폐를 위한 어떤 생각도 한 적이 없다”며 “월북몰이를 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 전 장관 측 변호인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사건 관련 첩보의 배포선을 제한하라고 지시한 것이지, 삭제하라고 한 적은 없다”며 “이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한다”고 전했다.

박 전 원장, 김 전 청장, 노 전 실장 측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원장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에 대해 증거를 다 한꺼번에 묶어 놓으니 6만페이지에 달한다. 저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증거까지 봐야 하는 등 혼란이 있다”며 “피고인별 제출 증거를 특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에 검찰 측은 공범인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큰 틀에서 하나의 사건인 만큼 증거들을 별도로 정리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피살된 다음 날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장관은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의 군사 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서 전 실장은 해당 사건을 고의로 은폐하고, 사건을 왜곡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청장에겐 서 전 실장 지시에 따라 이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실종 상황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월북 가능성 및 판단 등에 대한 허위 발표자료를 작성·배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하고 증거 인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오는 27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은폐 및 왜곡 등 혐의를 받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20일 희생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오른쪽) 씨와 변호인 김기윤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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