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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에 총부리 겨눈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하라"…보훈부, 지자체 첫 시정권고

김관용 기자I 2023.10.11 11:07:21

박민식 장관 "정율성 기념사업, 국가정체성 부인"
"北 인민군과 중공군 나팔수이자 응원대장 역할"
"광주시 등 권고 이행 않을 경우 즉각 시정명령 발동"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율성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의 나팔수이자 응원 대장으로 우리 국민과 국군에게 총부리를 겨눈 적군이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기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11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광역시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과 정율성 관련 기존 사업에 대한 시정을 권고했다. 이는 국가보훈부 승격 후 지방자치단체 사무와 관련한 첫 시정 권고다. 거듭된 문제제기에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등이 ‘이미 20년간 진행해 온 사업이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정율성의 본명은 정부은으로 1914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지만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조선군사혁명정치간부학교’를 졸업했다.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고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 및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다. 이에 더해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서울까지 남하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를 기리고 기념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지역에는 ‘정율성로(도로명)’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이 조성돼 정율성 흉상과 동판 조각상 등이 설치돼 있다. 또 전라남도 화순군에는 정율성 고향집(전시관)을 비롯해 능주초등학교에 정율성 흉상과 벽화 등 기념시설이 있다.

이에 더해 현재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4억원을 투입해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보훈부에 따르면 정율성 기념시설과 기념사업을 위해 사용했거나 사용 예정인 예산이 최소 117억원으로 추산된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장관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대한민국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국가보훈부는 지방자치법 제184조를 근거로 광주광역시 등에 이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시설과 사업에 대해서도 시정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박 장관은 정율성이 6.25전쟁 당시 적군의 사기를 북돋우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침략자라고 규정했다. 정율성이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군가로 쓰였고, 적군으로 남침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이다.

또 정율성은 독립유공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2018년 국가보훈부에서 정율성에 대한 독립유공자 공적을 심사한 결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고, 6.25전쟁 당시 적군으로 남침해 서울까지 내려온 행적이 있는 등 북한 정권 지지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율성 기념사업은 국민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유공자와 유족 등 보훈단체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일반 국민들과 광주 시민이 반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장관은“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헌법 제1조에서 규정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의 설치, 존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김일성도 만들어 주지 못한 정율성 공원을 대한민국에서 만들고 기리는 것은 일부 위정자의 안일한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번 시정 권고 대상 지자체는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남구·동구, 전라남도 화순군, 전라남도 교육청, 전라남도 화순교육지원청 등 6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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