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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65) 회장이 스타벅스를 떠난다. 4일(현지시간) 스타벅스는 슐츠 회장이 오는 26일자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후임 회장은 백화점 J.C.페니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마이런 얼먼이 맡는다.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의 산증인이다. 1982년 스타벅스에 합류한 슐츠는 시애틀의 작은 커피 전문점이었던 스타벅스를 세계 77개국에 2만8000여 개 매장을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슐츠의 사임은 단순히 ‘커피 황제’의 은퇴로 끝나지 않는다. 슐츠는 범 민주당의 잠룡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로이터, AFP통신 등 외신들은 일제히 2020년 슐츠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썼다.
슐츠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해지고 싶다”면서 “우리나라, 분열이 심해지는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입지에 대해 깊이 우려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의) 다음 장(章)에서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옵션에 대해 생각하려고 한다. 공직이 포함될 수 있다”고 답했다. 딱 부러지게 답한 건 아니지만,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다.
헤지펀드 시브리즈 파트너스 창립자 더글러스 카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나는 슐츠 회장이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를 노릴 것이라고 말해왔었다. 여전히 그렇게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에도 정치적 행동이 많았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공개지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다.
슐츠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매일같이 혼란을 만들어내는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대해서는 “스타벅스는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난민 1만명을 고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인종, 성 소수자, 참전용사, 총기폭력, 학생 부채, 소외 계층 청소년 등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끊임없이 관심을 보였다.
슐츠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타벅스는 커피를 마시는 방식을 바꿨고, 사람들의 삶도 바꿨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슐츠가 지난달 사임하려했지만,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임 시기를 미룬 것이라고 전했다. 슐츠는 본인이 직접 사과하고, 하루 동안 미국 내 스타벅스 직영매장 8000여곳의 문을 닫고 인종차별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