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억울하게 저평가된 엔비바"…공매도에 맞선 월가 애널 (영상)

이정훈 기자I 2022.10.19 12:08:22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흔히 자신들이 분석하는 기업에 호재가 나오거나 실적이 좋아지거나 할 때 이를 촉매(트리거)로 삼아 투자의견을 높이곤 한다. 그런데, 간밤 월가에서는 해당 기업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난데 없이 투자의견을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 주인공은, 바이오매스 연료인 목재 펠릿을 만드는 세계 1위업체인 엔비바(EVA)와 그 투자의견을 높인 레이몬드 제임스였다.

18일(현지시간) 파벨 몰카노프 레이몬드 제임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엔비바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시장수익률상회(Outperform)`에서 `강력매수(Strong Buy)`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기존 80달러로 유지했는데, 그럼에도 이는 간밤 종가 대비 43%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 보고서 덕에 뉴욕 증시에서 거래된 엔비바 주가도 전일대비 6.90%나 뛰면서 55.9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엔비바가 생산하는 목재 펠릿


이날 몰카노프 애널리스트는 “사실 이번 투자의견 상향 조정은 엔비바의 재무전망 변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 회사 제품에 대한 시장에서의 깊은 오해 때문”이라고 했다. 엔비바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석탄 대신 쓰이는 목재 펠릿을 만드는 기업이다.

그는 “시장이 비즈니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특성을 오해하고 있다는 직접적 결과로서 이번 투자의견 상향 조치를 했다”며 “이는 우리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낸 지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이오 에너지는 발전에서 석탄을 대체함으로써 환경적으로 유익함을 주는 대체품”이라고 평가했다.

몰카노프 애널리스트는 “사실 엔비바는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받는 오해로 인해 주식 가치에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목재 펠릿의 가치를 투자자들이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주식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 말로 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점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렇게 몰카노프 애널리스트가 구구절절 보고서를 낸 이유는, 불과 1주일 쯤 전에 공매도 세력인 블루오르카캐피탈이 엔비바를 저격하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12% 이상 급락한데 대한 반론의 성격이었다.

당시 블루오르카 측은 간략한 보고서에서 “사실 엔비바는 자신들이 ESG 대표 기업이라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헛소리”라며 “이 회사가 (펠릿의 원료인) 목재를 조달하는 것을 보면 노골적으로 그린워싱(가짜 환경주의)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엔비바는 주로 유럽 전력회사들에 펠릿을 납품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럽 각국으로부터 기후 보조금을 챙기면서 미국의 숲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회사의 EBITDA도 부풀려져 있고 위험한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결국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현금이 고갈될 것이고, 배당금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저주에 가까운 비판을 했다.

목재 펠릿을 활용한 탄소순환 개념 (자료=산림청)


이에 회사 측은 “블루오르카의 보고서는 수 많은 오류가 담겨 있고, 확인되지도 않은 추측과 심각한 오해로 거짓 결론을 도출해 냈다”고 반박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일주일 만에 나온 레이먼드 제임스의 보고서는 블루오르카의 공격에 대한 엔비바 측 해명을 대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몰카노프 애널리스트는 ‘그린워싱’이나 ‘미국의 숲을 파괴한다’는 지적을 겨냥하며 “엔비바는 목재 펠릿을 만들기 위해 무자비하게 삼림을 파괴하는 일을 하지 않으며, 이 용도를 쓰일 목재를 미리 재배해서 수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엔비바는 어떠한 목재 공장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목재 펠릿은 석탄보다 훨씬 더 깨끗하게 연소되기 때문에 대기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림청도 탄소저감을 위해 목재 펠릿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활성화를 기후변화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덕에 목재 펠릿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군이다. 트랜스페어런시 마켓리서치(TMR)는 최근 보고서에서 ”목재 펠릿은 특히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글로벌 목재 펠릿시장이 31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며, 10년 간 연 평균 12%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근에는 발전부문 외에도 주거용이나 상업용 난방에도 활용되면서 그 용도로 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바의 장기부채 및 부채비율 추이


이 시장에서 엔비바는 유럽시장은 물론 전 세계시장 1위 공급업체로, 주로 영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몰카노프 애널리스트도 “유럽에서는 실제로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목재 펠릿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엔비바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다만 블루오르카가 지적했던 부채 상환 부담은 모두가 인정하는 대목이긴 하다. 실제로도 엔비바의 장기 부채와 부채비율은 최근 비교적 큰 폭으로 늘고 있긴 하다.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미국 내에만 10개 공장을 돌리는 시설투자를 위해서였다.

몰카노프 애널리스트도 이날 보고서에서 “엔비바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충격을 받을 순 있다”고 덧붙였다. 대니얼 투레치 씨킹알파 애널리스트도 “시장금리가 뛰면서 채무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엔비바가 안고 있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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