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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는 최근 성명을 통해 회사 성장을 가속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런던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행정 업무 부담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며 “암스테르담 증시 상장을 유지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손익 관점에서 볼 때 두드러지는 비용 절감 효과를 내는 결정은 아니다. 다만 회사 측은 △런던증시의 주식 유동성이 낮아 상장을 유지하기에는 매력도가 떨어지고 △상장 유지 비용 부담이 여전한데다 △주식 거래 경로를 한데 모음으로써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JET처럼 곳간에 여유가 없어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기업일수록 런던증시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JET는 합병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고, 결국 산하 음식 배달 플랫폼 ‘그럽허브’를 9067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지난 2021년 JET가 그럽허브를 인수한 가격의 9분의 1 수준이다. 음식 배달 산업을 바라보는 자본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데다, JET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매각을 진행한 것이다.
◇ 앞으로 떠날 기업 더 많아질수도…우려 ↑
JET의 상장 폐지는 앞서 수많은 기업들이 런던증시를 떠나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예컨대 유럽 최대 여행사 투이와 제네럴일렉트릭(GE)의 항공우주 부문인 GE에어로스페이스, IT 업체 유니시스는 올해 런던증시에서 자진 상폐에 나선 바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에서도 이를 우려해 지난 7월 손을 썼다. 이들은 런던 증권거래소의 상장 규정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적용, 보다 많은 기업들이 영국 거래소에서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엑소더스를 막고, 혁신 기업을 유치해 시장을 키운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현지 증권가에선 상장 규정 개정이 기업 유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보는 모양새다. 영국 금융 서비스사 AJ벨의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7월 개정된 영국의 상장 규정은 기업 이탈을 막기 위해 조치였으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규정을 간소화했다고 해서 암스테르담같이 거래량이 많은 국가에 1차적으로 상장한 기업들이 런던증시를 우선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거래량이 타국 대비 풍부하지 못한 런던 증시가 상장 규정을 간소화했다고 해서 기업들이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