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욘드 디스럽션’을 통해 이들은 또 한 번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기존의 것을 뒤엎고 파괴하지 않아도 훌륭한 혁신을 일구어낼 수 있다며 ‘비파괴적 혁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지난 2018년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공연이 열렸다. 벤처 기업인 ‘처치 오브 로큰롤’이 주최하고 록 그룹 그레타 밴 플리트가 참여한 이 행사에는 아주 특별한 점이 있었다. 관객의 절반가량은 청각장애를 가졌었다.
뮤직낫임파서블(M:NI) 크리에이터들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착용형 진동감지기를 개발해 공연을 진행했으며, 청각장애인들은 뇌로 전달되는 진동을 통해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M:NI가 이룬 혁신은 ‘파괴’와는 무관했다. 저자들은 음악을 접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기존 시장 또는 산업을 침범하거나 파괴하거나 대체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 시장은 파괴 없이 창조됐다.
국내에서도 위니아만도는 김치냉장고 ‘딤채’라는 비파괴적 시장 솔루션을 창조했다. 딤채는 김치가 전통적으로 발효되고 저장되던 방식을 모방한 가전제품이다. 1996년 출시된 이 제품은 현재 한국 가정의 85% 이상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인들이 오래된 제품을 교체함에 따라 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김치냉장고의 흥행으로 피해를 본 기업은 없었다. 한국의 ‘산후조리원’도 비파괴적 창조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이 책은 30여 년간 ‘블루오션 전략’을 연구해 온 저자들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다. 혁신의 스펙트럼 한쪽에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비파괴적 혁신’이 있다. 그리고 이 비파괴적 혁신은 누구도 피해 받지 않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에 짓눌린 지금의 세상에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