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재수생 김모(19)양의 말이다. 김양은 애초 정시에만 집중할 생각이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논술전형도 병행하기로 했다. 그는 “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대입 논술도 교육과정 내 출제가 예상돼 쉬워질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며 “결국 논술학원까지 등록해 학원비 지출만 월 50만원이 추가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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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없는 수능을 골자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논술학원에 등록하거나 수시 컨설팅을 받는 수험생이 늘어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최상위권 학생 중에선 일반대학 진학 후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정부 대책이 어떻든 사교육 수요는 꾸준하다는 이른바 ‘사교육 불패신화’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논술 여름방학 특강에 등록했다는 학생은 학원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정시 전형을 준비하던 학생들도 사교육 경감대책으로 수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차선책으로 논술 등 수시전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재수생 조모(19)군은 “정시만 준비하고 있었는데 최근 정부 발표에 불안감이 커져 논술까지 준비하기로 했다”며 “학원비가 비싸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삼수하는 것보다는 재수로 끝내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술학원들도 최근 수험생들의 문의가 늘었다는 반응이다. 목동의 한 논술학원 관계자는 “원래 여름방학 시즌에 문의가 많긴 한데 예년보다 더 많은 수준”이라며 “상담을 해보면 정시만 준비하던 학생들이 불안해 논술까지 차선책으로 공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다른 수시전형의 경우 내신·비교과 등을 고1부터 관리해야 하지만 논술전형은 비교적 내신의 영향을 덜 받기에 정시만 준비하던 학생들이 논술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시 컨설팅 역시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 대입 컨설턴트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수시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며 “워낙 상담이 밀려있다보니 웃돈을 얹으면 먼저 컨설팅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수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재수생 전모(19)군은 “사교육 컨설팅이 워낙 고액이긴 하지만 학생부 관리부터 면접까지 한번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학교에서도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전문적으로 컨설팅을 하는 사교육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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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진학을 노리며 반수를 택한 재수생들도 있다. 최근 서울 최상위권 대학을 휴학한 이모(20)씨는 “재수를 하고 입학해 고민이 많았지만 최상위권에게 쉬운 수능이 될 것 같아서 다시 도전하게 됐다”며 “조금 늦게 시작한 만큼 후회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학 휴학을 결정한 김모(19)군도 “작년에 대형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법을 터득했기에 독학재수학원에 등록했다”며 “의대·치대·한의대가 목표”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도 물밀 듯 밀려드는 등록 문의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보통 6월 중순에서 말까지면 반수 접수가 모두 끝나는데 지금은 이번 달 초까지도 문의가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며 “특히 지난해 수능에서 최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의 등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경감대책 발표 이후 풍선효과가 커지자 회의적 반응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대학 서열화 개선 등 사교육 수요를 낮추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의 섣부른 발표로 반수생이 늘어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학 서열화 등 선행학습 유발 요소들에 대한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이와 병행할 대입제도를 마련, 선행학습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