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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국민참여 재판으로 진행된 형사공판절차에서 배심원이 증인 신문 등 사실 심리 전 과정에 참여한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이 재판부 심증과 부합해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증거 취사 및 사실인정에 관한 1심의 판단은 항소심에서의 새 증거조사 통해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에서의 진술이 제일 정확하고 인권센터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당황해서 헷갈린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을 뿐”이라며 “진술 번복 경위에 대해 수긍할 만한 합리적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5년과 2017년, 해외 학회에 동행한 제자 B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B씨 머리를 만지고 팔짱을 끼게 해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의 허벅지 안쪽 흉터를 만져 추행한 혐의도 있다.
B씨는 2019년 6월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다음 해 A씨는 1월 불구속 기소됐다.
A씨 요청에 따라 이 사건의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들은 평의를 거쳐 A씨 혐의를 무죄로 평결했고 재판부는 이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A씨에게 왜 항의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불만을 표현하면 졸업하지 못할까 봐 그랬다”며 “(A씨 행동이) 당황스럽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씨 머리를 만진 사실은 있지만 지압한 것이고 팔짱 낀 것도 맞지만 B씨가 스스로 팔짱을 꼈다”며 추행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허벅지를 만진 행위에 대해서는 “걱정되는 마음에 붕대를 가볍게 짚어본 것”이라며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고 있고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며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취업제한명령 5년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정수리 부분을 만진 사실과 이에 피해자가 불쾌감 느낀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를 강제추행죄에서 정하는 추행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허벅지를 만지거나 팔짱을 끼게 한 혐의를 두고서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 진술의 구체적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번복된다”며 “사건 직후 보낸 메시지 등을 볼 때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범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이 사실오인, 법리 오해를 이유로 불복하면서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