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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제72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 이후 애국지사 김용환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특별 공연 뮤지컬 ‘그날이 오면’의 한 장면이 무대에 올랐다. 경축식에 뮤지컬 공연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는 행사가 끝난 뒤 뮤지컬 ‘그날이 오면’의 1막인 ‘아버지, 나의 아버지 : 애국지사 김용환’을 공연했다. 경축식 전후로 다양한 문화공연이 배치돼 딱딱한 정부 주관 행사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한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행사장으로 입장한 뒤 정당 대표를 비롯해 앞줄에 앉은 내빈과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안아드리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내외 좌우로는 광복군동지회장, 독립유공자협회장, 순국선열유족회장, 애국지사 서상교씨, 박유철 광복회장,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이용수 할머니, 이인우씨(남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최장섭씨(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3대째 독립운동을 해온 독립운동가 오희옥씨 등이 앉았다.
국기에 대한 경례 이후 오씨는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말인가’라는 가사로 익숙한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 가락에 애국가 가사를 붙인 일명 ‘독립군 애국가’를 무반주로 독창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1935년 안익태 선생이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재의 애국가 곡조가 아니라 독립운동가들이 불렀던 방식인 올드 랭 사인 곡조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고 지용봉씨 등 독립유공자 5명의 가족에 대한 포상을 했다. 포상은 기존과 다르게 돌아가신 유공자에게 직접 포상한다는 의미를 살려 ‘추서판’에 훈장을 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문 대통령의 경축사 중에는 39차례에 걸쳐 박수가 터져나왔다.
경축사 종료 이후 펼쳐진 뮤지컬 공연을 보며 문 대통령 내외와 내빈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어진 2막 ‘그날이 오면: 대합창’에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경찰 대표, 소방 대표 및 어린이 대표가 함께 올라 무대를 꾸몄다.
뮤지컬 ‘그날이 오면’은 파락호(재산·권력이 있는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나 가산을 탕진하는 난봉꾼)·노름꾼 등의 행세를 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댔던 김용환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 속 주인공이자 근대 한국의 3대 파락호로 알려졌던 김용환은 사후에 서북간도 항일 투쟁군의 군자금을 아무도 모르게 지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철저히 노름꾼으로 위장해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던 김용환 선생은 광복 다음해인 1946년 4월 26일 유명을 달리했다. 죽은 뒤에 명예를 회복, 지난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상했다.
이날 무대에선 아버지가 18만 평의 전답 및 종택을 도박으로 날렸다고 오해한 외동딸 김후웅과 아버지 김용환의 갈등이 그려졌다. 딸 김후웅 역에는 배수정이, 김용환 역은 서범석이 맡아 열연했다. 이후 대통령 내외와 함께 무대에 오른 애국지사 김영관, 독립유공자 후손 배국희씨의 선창으로 만세삼창을 부르며 경축식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축식에는 광복회원, 독립유공자 및 유족, 시민, 학생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파독 광부·간호사 등이 예전과 달리 새롭게 초청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서울 효창공원을 찾아 백범 김구 묘역과 삼의사(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 묘역을 참배했다. 의전요원이 우산을 받쳐 들고 문 대통령의 뒤를 따랐으나, 헌화와 참배 때는 독립지사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비를 맞으며 식을 진행했다. 현직 대통령이 김구 묘역과 삼의사 묘역에 참배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대통령이 광복절에 이곳을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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