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에 따르면 하도급법 개정안은 지난 30일 열리는 본회의에 안건으로 부의됐지만 상정되지 않아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이 상정 취소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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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날 오전 10시 정무위가 연 법안심사제2소위에서 기류가 반전됐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하도급법 개정안 일부 내용을 수정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다.
김종민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문제 제기에도 정무위에서 논의돼 단서 조항을 달았는데 (법사위에서) 산업부 공무원이 얘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이 동의해 입법 절차가 뒤집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무위에서 제안한 원안대로 갈 것을 주장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도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을 향해 “정무위에서 의결한 것을 (법사위에 출석해 윤 부위원장이) 마음대로 삭제하라고 말했다”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된 법은 공정위 소관인 하도급법과 산업부 소관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이다.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10% 이내 범위에서 원·수급 사업자가 협의해 정한 비율 이상으로 변동하면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큰 틀은 같다.
다만 하도급법의 경우 상생협력법과 달리 업종 특수성을 고려, 공정위가 정한 업종에 한해 납품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하인 원재료더라도 납품대금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정무위에서 추가됐다. 법사위는 지난해 말 먼저 본회의를 통과한 상생협력법과의 충돌을 고려해 해당 조항을 삭제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여야 합의안대로 공정위가 정한 업종에 한해 납품대금을 연동(10% 이하 원재료)할 수 있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민주당의 반대로 하도급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이 묶이게 됐다. 본회의까지 부의된 만큼 여야가 다시 합의하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지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장이 회송을 요청하면 국회의장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후 정무위로 회부돼 소위부터 재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무위에서 재논의된다면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한 단서 조항 포함 여부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월18일 정무위 소위에서 윤수현 부위원장은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에 대해 의무화하자는 것이지 (10% 이하 원재료에 대해)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정위가 별도로 정하지 않으면 상생협력법과 충돌이 생기지 않는다”고 신중론을 고수했다.
산업부 역시 국회 정무위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서에서 “하도급법 개정안상 납품단가 연동제 적용 대상에 대한 단서 조항을 삭제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법상 납품단가 연동제와 동일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법률 명확성이 부족하고 업종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