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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이란의 의회와 성지를 연쇄 테러범들이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뿌리 깊은 악연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7일(현지시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이란 출신 괴한들이 테헤란 도심 의회 의사당과 남부 이맘호메이니 영묘를 급습해 총을 난사하고 폭탄 조끼를 터뜨려 12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테러 직후 이란 현지 언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란 적대 정책을 부각해 테러와 엮으며 사우디를 정조준하고 있다. 따라서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은 사상 최고 수준의 치열한 패권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 후계자를 둘러싸고 시작된 갈등
이슬람의 대표적인 두 세력인 수니와 시아의 갈등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632년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망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됐다. 수니파는 아부 바크르, 우마르, 우스만, 알리 등 회의를 선출된 4명의 칼리프(종교지도자)를 합법적인 후계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시아파는 무함마드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를 유일한 ‘적통’ 후계자로 정했다. 수니파는 자격을 갖춘 이들 중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자손만이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이슬람 교도 중 85%는 수니파다.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집트, 예멘, 레바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이 수니파에 속한다. 양대 종파 중 이슬람 영토, 신념, 기구를 보호하기 위해 성전에 나설 수 있다고 한 지하드 개념 때문에 시아파가 과격하다는 인상을 준다. 1996년~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던 무장 세력 ‘탈레반’은 수니파가 주축이 됐다.
이란은 중동지역에서도 인종과 언어가 다른 국가다. 이란인들은 게르만족과 뿌리가 같은 페르시아 민족이라 아랍족이 아니다. 서기 7~8세기에 중동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이슬람을 받아들인 후 자국어를 버리고 아랍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란인들은 찬란했던 페르시아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자신들의 언어를 여전히 지켰다.
게다가 이란 땅에서 융성했던 사산왕조 페르시아가 아랍족에 의해 침략당한 이후 900년 동안 나라를 빼앗겼던 기억도 이란과 아랍족이 서로 나쁜 감정을 갖는 이유다.
◇국익 두고 양자간 줄타기한 美가 갈등 키워
양대 종파의 갈등을 키운 데는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이란의 마지막 왕조인 팔레비 왕조는 원래 친미적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1979년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란 혁명이 일어나며 이란 왕정이 무너지고 반미적인 성향의 공화정이 탄생했다. 중동 지역에서 반미 성향이 확대될까 두려웠던 미국은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하자 이라크 편을 들었다. 그때 사우디가 미국과 함께 이라크를 도와 현재까지도 이란과 사우디는 골이 깊다.
두 나라는 이스라엘의 국가 인정 문제를 놓고도 외교적 갈등을 벌였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건국에 결사 반대했지만, 이란의 팔레비 왕조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정상 방문해 수니파 이슬람권 50여개국 정치 지도자 앞에서 “이성적인 정부라면 이란을 고립시키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해 또다시 양대 종파의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IS는 시아파 이슬람국가 수립을 이끈 이맘호메이니의 영묘를 과감하게 표적으로 삼아 테러를 저지름으로써 종파적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란은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사우디 왕가가 수니파 테러조직 IS와 알카에다 등의 후원자라고 확신하고 있다.
IS는 중동에서는 수니와 시아파의 종파 갈등을, 서방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종교 전쟁 구도를 조장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