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인정 못 받자 순종 보존에 직접 뛰어들어
30마리로 시작..10년만에 순종 한 쌍 탄생
2005년 英켄넬클럽에 정식 품종 등록 성공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20여 년 전 진돗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음에도 세계견종협회는 진돗개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증명해주지 않았다.”
|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진돗개들과 있는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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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생전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를 통해 이같이 진돗개 순종 보존을 위한 첫 애견 사업의 배경을 전했다.
전날 설립 30주년을 기념한 삼성 안내견학교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에 이어 진돗개 순종 보존 역시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념과 혜안으로 오랜 시간 사회공헌사업으로 지속한 만큼 그 노력과 그 과정이 재계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은 무엇보다 개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한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 △현대인의 정서 순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확산 △애견 문화 저변 확대를 통한 관련 산업 창출 등을 위해 애견 사업을 시작했다.
| 2006년 세계 최대 명견 경연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삼성과 함께 참가한 진돗개.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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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세계 최대 명견 경연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삼성과 함께 참가한 진돗개.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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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업은 진돗개 순종을 보존하는 일이었다. 이 선대회장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여러 종류의 개를 키워 보면서 진돗개를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의 주요 특성인 희생과 충성에 있어 진돗개를 따를 만한 품종도 드물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진돗개는 한국에서 천연기념물(53호)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성이 세계에 잘 알려져있지 않았고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이 선대회장은 순종 진돗개 보존에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 1960년대 말께 진도를 찾아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으며 10여 년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다.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놓았다.
| 2015년 세계 최대 명견 경연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삼성과 함께 참가한 진돗개.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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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세계 최대 명견 경연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삼성과 함께 참가한 진돗개.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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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돗개 품종 보존에 그치지 않고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 직접 나섰다.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한국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심사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켄넬클럽이 진돗개를 ‘품종 및 혈통 보호가 잘 돼 있는 견종’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진돗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뒤 이 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이 선대회장의 노력 덕분에 진돗개는 현재 한국 고유의 견종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 2005년 세계 최대 명견 경연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삼성과 함께 참가한 진돗개.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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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대회장은 세계 속에 한국의 애견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1993년부터는 크러프츠 도그쇼를 후원했고 2013년 대회에서 진돗개 ‘체스니’가 최초로 출전해 입상을 하는 쾌거를 거뒀다.
삼성은 2008년 일본에 청각 도우미견 육성센터를 설립했고 이 선대회장은 일본 명문 야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최고 선수로 꼽히는 나가시마 시게오 선수에게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선물한 것도 알려졌다. 삼성은 에버랜드 테마파크 안에서 진돗개의 장애물 경주 모습을 선보이며 국내 애견 문화 저변 확대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