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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영란은행이 분기별 1회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주요 무역 상대국을 공정 무역의 “최악의 위반자”들이라고 부르며 고율의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한 57개 주요 무역 상대국에 최대 50%의 상호 관세를, 나머지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이 교역에서 흑자를 낸 영국도 10%의 상호관세율이 책정됐다. 영국은 20%로 책정된 유럽연합(EU)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트럼프발(發) 상호관세 폭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부과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기계류, 의약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마스 퓨 RSM UK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관세 부과는 영국 경제에 있어 최선의 경우에도 또 한 해의 침체를 의미한다”며 “향후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의 0.2~0.5%에 해당하는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이런 성장 둔화는 영란은행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이며 올해 25bp씩 총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영국과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GDP 손실 규모를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중기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안나 안드라데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충격의 양상을 감안하면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 내에서 분기별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의견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란은행이 5월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초래하면서 영란은행이 향후 정책 결정에 더욱 신중한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앤드류 굿윈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공급망 충격이 예상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며 “영란은행이 금리 인하를 일시적으로 멈출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