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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내 화웨이·ZTE 통신설비를 철거·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20년 이후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손해보전을 위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에 배정된 19억달러(약 2조 5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미 의회는 2020년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는 자국 기업에 대해 화웨이 및 ZTE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다. 지난해부터는 두 회사 제품의 미국 내 판매를 원천 금지했다. 이들 회사 제품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신 화웨이·ZTE 제품을 철거, 다른 회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 일부를 FCC가 환급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미 통신업계는 FCC의 환급만으론 화웨이·ZTE 통신설비를 철거·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기 부족하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소규모 통신회사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통신망 업그레이드는 물론 서비스마저 중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FCC는 소형 통신회사에 대한 환급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제프리 스탁스 FCC 위원장은 “많은 농촌 지역이 (중국) 감시를 받을 수 있는 불안한 네트워크를 계속 이용하거나 서비스를 아예 중단해야 하는 비참한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 의회가 통신장비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예산을 배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나이티드와이어리스 등 일부 회사는 화웨이·ZTE 통신설비 철거·대체할 비용이 마련될 때까지 장비 사용을 계속하겠다며 버티기에 나섰다. 뎁 피셔 연방상원의원이 FCC 보조금 확대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의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법안 통과 여부 및 시기 등은 불분명하다.
앨라배마에서 통신회사를 운영하는 존 네틀스는 “워싱턴 사람들(의회·정부)은 장비를 교체하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고 (예상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가며 항상 지연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