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트립 in 신영내 기자] 갈대밭은 가을만 멋진 게 아니다. 강진만 상류 지역에 있는 강진만 생태공원은 초록빛 갈대숲으로 장관을 이룬다. 호젓한 갈대숲, 개개비의 울음소리에 맞춰 푸른 물결 사이를 걷다 보면 상쾌함이 가슴 가득 몰려온다. 청자촌의 비췻빛 고려청자, 그윽함과 섬세함에 매료되고, 월출산 기암괴석 아래 푸른 녹차 밭과 비밀의 정원을 만난다.
★초록빛 물결이 춤추는 강진만 생태 탐방로는 개개비와 짱뚱어가 함께
탐진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 광활한 갈대밭(20만 평)을 이루는 생태공원은 각종 동식물 천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갈대밭 아래 둥지를 튼 개개비의 울음소리가 바다 멀리까지 울려 퍼지고,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수많은 짱뚱어와 참게가 꼼지락거리며 놀고 있다. 우리가 손뼉만 쳐도 순식간에 갯벌 사이로 숨어드는 귀여운 모습에 발걸음을 멈춘다. 생육환경이 좋지 않아 피다 말았다는 지난해의 갈색 갈대와 새로 올라오는 초록 갈대가 조화를 이룬다.
★고려청자와 조선 민화를 만나고 현대 첨단 기술의 디지털 박물관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자 예술품으로 고려청자를 든다. 고려 시대 500년 동안 청자문화를 꽃피운 발상지인 강진. 지금도 200 여기의 가마터가 현존한다. 도자 장인들이 독특한 기법으로 빚어내고 구슬땀 흘리며 가마터에서 구워낸 청자의 맑은 비췻빛은 중국인들조차 그 아름다움을 극찬한다.
청자 박물관에서는 우리의 찬란한 예술품인 고려청자를 관람하고 화목 불가마와 고려청자 깨기 점토 빚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청자와 현대 첨단 기술의 접목으로 탄생한 ‘디지털 박물관’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우리 청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또, 우리 선조의 삶이 녹아 있고 서민들의 소박한 바람과 염원을 해학적으로 그린 민화를 모아 전시한 ‘민화 뮤지엄’관의 만남은 특이한 경험이 된다.
★ 푸른 녹차 밭 옆에는 백운동 정원이 있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월출산의 아름다운 기암괴석 아래에 넓게 펼쳐진 녹차 밭이 장관을 이룬다. 푸른 녹차의 생생한 기운을 가슴 가득 담은 채 울창한 원시림 사이로 내려간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백운첩에도 나와 있는 별서정원인 ‘백운동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세속의 벼슬이나 당파싸움에 야합하지 않고 자연에 귀의하여 전원이나 산속 깊은 곳에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려고 만들어 놓았다는 정원답게 한적하고 고요한 곳이다. 그저 연못을 바라보며 무념무상에 젖어 백운동 12경을 찾아보며 소소한 선비들의 삶을 그려본다.
전혀 출렁이지 않는 출렁다리를 넘어 가우도 둘레길에서 바닷길을 걸어보고, 청자타워에서 짚 트랙을 타며 스릴을 맛보았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영랑 김윤식 생가 뒷동산의 노란 금계를 보며 시문학 파의 서정시 속으로 빠져드는 강진으로의 여행, 여름으로 향하는 지금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