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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보성향 일간지 아사히신문이 25일 ‘한국의 법 개정, 언론 압박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추진하려는 점을 정면 비판했다.
아사히는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언론에 무거운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보나 사실 왜곡으로 금전적 피해나 불이익을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소송을 제기해 인정되면 법원이 손해액의 최대 5배의 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신문은 “보도된 내용이 얼마나 올바른지, 어느 정도의 악의를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언론은 조직의 내부고발 등 민감한 사안에 있어선 취재원을 숨겨야 할 때가 있다”며 “가짜뉴스의 횡행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이지만 법을 개정해 취재활동의 위축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 내에서 야당뿐 아니라 보도기관과 관련 연구자, 국제적인 언론 단체도 “언론 통제나 위축을 노린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 언론은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서두르는 건 내년 대선에서 자기 진영에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 중”이라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아사히는 “문 정권이나 여당은 군사독재 시절 드러난 민주화운동 흐름을 계승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그러나 거대 여당 의석수를 배경으로 보편적 가치를 손상시키는 제멋대로의 정치 수법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근거로는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북한의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전단지 배포를 금지하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과 정부 여당에 유리한 수사를 요구하며 검찰 개혁을 추진한 점을 들었다.
아사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있어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국민들이 납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진행된 한국의 민주화는 앞선 세대가 쟁취한 소중한 유산이다. 그 원칙을 후퇴시켜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한 뒤 표결될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날 아침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난 뒤 “본회의 날짜를 다시 여야가 합의하라”고 당부하면서 사실상 이날 본회의가 무산되면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