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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국민 발표'에도 故손정민씨 행적 미궁…남은 핵심 단서는?

공지유 기자I 2021.05.28 16:45:06

경찰, 손씨 사건 의혹 발본색원 나서…전국민 공개
''사망 경위'' 미궁…입수자 신원 파악·CCTV 확보 ''난항''
유족 "경찰 해명 미해결"…시민들 "직접 CCTV 찾겠다"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고(故) 손정민(22)씨의 사망 경위와 관련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경찰이 이례적으로 중간 수사 상황을 전 국민에게 발표했지만 여전히 손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진화되지 않는 가운데, 손씨 사망의 명확한 경위를 밝히고 수사 결론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오전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 20여명이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경찰, 이례적인 수사상황 대국민 발표…“범죄 혐의 발견 안 돼”

서울경찰청은 27일 손씨 사망 관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현재까지 변사자 사망의 범죄 관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중간수사 발표는 손씨 사망 관련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경찰은 23페이지짜리 수사자료에서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는 A씨에 대한 허위사실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찰은 우선 A씨의 의류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손씨의 의류에 남아 있던 혈흔이 모두 본인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들어 손씨의 사망 관련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실종 당일인 25일 오전 2시 18분쯤 손씨와 A씨가 찍힌 사진과 관련해 ‘A씨가 손씨의 주머니를 뒤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위 사진을 제출한 목격자는 ‘친구 A씨가 자고 있던 손군 옆에서 짐을 챙기고 손군을 흔들어 깨우는 장면’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A씨가 귀가할 때 탄 택시기사가 ‘운행 종료 후 세차할 때 차량 뒷좌석이 젖어 있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새로운 수사상황으로 발표했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핵심’ 빠진 수사상황 나열…사망 경위 파악 안 돼

그러나 경찰의 발표에도 이를 납득하지 않고 ‘결론이 정해진 수사’라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세간의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이 사건 핵심인 ‘손씨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

경찰은 손씨 실종 당일 오전 4시 40분쯤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 7명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남성을 보거나 입수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공개한 바 있지만, 실제 입수를 한 남성이 누구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입수자 신원 파악을 위해 실종 전날과 당일인 4월 24~25일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실종신고 63건 중 남성들에 대한 소재를 모두 확인했다. 그러나 실종자 이외 다른 사람이 물에 들어갔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누가 들어간 건지 현재로서는 확인한 바가 없다”며 “그 사람(입수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목격자 진술과 현장에서 찍힌 사진이 일치하지 않는 정황도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당일 오전 3시 37분쯤 한 목격자는 ‘손씨가 돗자리에 앉아 있고, A씨가 2~3m 떨어져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또 다른 목격자가 3시 38분에 찍은 사진에는 A씨만 확인할 수 있어 위의 진술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진도 촬영상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고 빛에 따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육안으로 봤을 때는 사진상 (손씨)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 부분에 대해 계속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는 한강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영상에 찍힌 작은 점 형태까지 특정해 관련성을 확인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현장 인근이 직접 찍힌 CCTV가 없어 아직까지 새로운 정황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의 요청으로 현장과 1.7km가량 떨어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 옥상의 KBS 재난 CCTV에 대해서도 지난 24일 포렌식을 진행했지만, 직전 8일까지의 영상만 저장되는 시스템으로 사건 당일과 관련된 영상은 포렌식에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4월 25일부터 30일까지는 실종자 수색을 위한 시간이었다. 이후 5월 24일 포렌식을 실시했지만 저장 기간 이외에 관련 동영상이 나오지 않았다”며 “또 남아 있는 동영상을 봤을 때도 해상도 문제로 먼 거리를 식별하기는 어렵다고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손정민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2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손씨 실종 당일인 4월 25일 오전 3시 38분쯤 일부 목격자들의 진술과 사진이 일치하지 않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서울경찰청 수사진행상황 자료 캡처)
◇남은 건 A씨 휴대전화·추가 목격자…수사 결론 언제

현재까지 경찰이 공개한 수사내용 중 사건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만한 남은 단서는 사라진 손씨의 신발, 사라진 A씨의 휴대전화, 추가 목격자 등이다. 경찰은 한강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A씨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해군 장비까지 동원해 3주가 넘게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손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오전 3시 38분에서 A씨가 발견된 오전 4시 27분 사이 추가적 목격자나 단서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시간 사이 목격자 등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확인된 건 없다”고 말했다.

한 달째 수사 결론을 내놓지 않고 이미 공개된 수사 상황을 반복해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손씨 부친 손현(50)씨는 경찰 수사 발표 이튿날인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발표를 나열하며 경찰의 해명이 대부분 ‘미해결’이라고 주장했다.

손현씨는 “(A씨가) 결정적 신발과 티셔츠를 사건 이틀 만에 버렸다는데 전혀 의혹을 품거나 수사한다는 얘기가 없다”는 등 불신을 드러내며 “서울경찰청은 정민이와 저를 미워하고 A의 변호인만 사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손씨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네이버 카페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에도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은 것 아니냐”, “목격자들 진술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반진사는 경찰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CCTV와 증거자료들이 있을 것이라며 오는 29일 반포한강공원 토끼굴 인근에서 ‘손씨 사건 해결을 위한 목격자 및 CCTV·블랙박스 확보’ 집회 및 추모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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