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고려아연 분쟁…공은 또다시 법원으로

김성진 기자I 2025.01.30 17:55:43

최윤범, 상호주로 영풍 의결권 25% 제한
MBK 연합, 최윤범 등 형사고발 조치
주총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나설 계획
법원 판결 따라 분쟁 향방 갈릴 듯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표 대결’ 이후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의 의결권을 제한하며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하긴 했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주총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과 함께 최윤범 회장 등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은 주총 이후 MBK·영풍 연합 측에 “이사회를 MBK에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며 대타협을 제안했지만, MBK·영풍은 이번 주총 결과 자체를 문제 삼고 있어 타협은 사실상 현실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MBK·영풍이 신청하는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 논란

30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갈등 사태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바로 ‘상호주 제한’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열린 주총에서 “영풍이 보유한 지분 25%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선언했다. 이미 전날 고려아연은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0.3%를 취득한 뒤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고려아연과 영풍 간 상호주 관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상호주란 A라는 회사와 B라는 회사가 상호간 상대방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상호주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되는데, A가 B에 출자하고, 또 그 돈으로 B가 A에 출자하는 무한 상호출자 구조를 막기 위한 조처다. 고려아연은 상호주 제한을 활용해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19명)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총 19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18명을 자사 추천 인사로 채워 넣는 데 성공했다.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했다.(사진=고려아연.)
그러나 MBK·영풍은 이번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며 “탈법적인 순환출자를 만들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위법하게 제한한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 등을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SMC의 이번 지분 취득으로 ‘고려아연(100%)→선메탈홀딩스(100%)→ SMC(10.33%)→ 영풍(25.42%)→ 고려아연‘의 신규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졌다. MBK·영풍은 이를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영풍은 “공정거래법 제22조는 순환출자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제36조는 이를 위반할 우려에 대해서까지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MBK·영풍,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법원 판단은

MBK·영풍은 우선 주총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서 가결된 안건 전체를 가처분 대상으로 삼았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주총) 무효 소송이나 취소 소송 그 자체는 2~3년 걸린다”며 “그래서 가처분으로 빠르게 할 것이고, 가처분은 정기 주총 전까지는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정기 주총은 3월 19일로 예정됐다.

이에 따라 법원이 가처분 판단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방도 갈릴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MBK·영풍의 손을 들어줄 경우 정기 주총이나 그전에 열릴 수도 있는 임시 주총에서 MBK·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영풍 보유 지분 25%의 의결권을 인정해준다면 이미 지분 40.97%를 보유한 MBK·영풍이 표 대결에서 확실히 우세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우호 세력을 포함하더라도 MBK·영풍에 약 7%포인트(p) 뒤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열린 임시 주총에 현대차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회장 측의 우호세력 확보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가결될 경우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로 정기 주총이 열리게 된다. 이 경우 당분간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켜내는 데는 성공하겠지만, 분쟁 자체는 초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MBK·영풍이 이미 약 4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기 때문이다. MBK·영풍이 포기하지 않는 한 지분율 격차를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지분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라며 “이 지분을 갖고 어떻게든 고려아연 이사회 두 자리라도 들어가서 바로잡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MBK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MBK가 소모적인 전쟁을 계속한다면 고려아연 전 임직원과 기술진 그리고 노조는 절대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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