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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않는 임신 거부' 낙태죄 폐지될까?…헌재 6년여만에 공개변론

이승현 기자I 2018.05.24 10:31:54

헌재, 낙태죄 관련 형법조항 헌법소원사건 공개변론
청구인, 임부 권리보호 초점…법무부 "낙태급증 막기 위해 필요"
여가부, 정부부처 첫 ''낙태죄 폐지'' 입장 주목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낙태를 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리한다. 그동안 헌재는 낙태죄 합헌 결정을 유지해 왔으나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 처벌조항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낙태죄가 이번에는 개정 혹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산부의사 A씨가 현행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270조 1항(의사낙태죄)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청구인 A씨의 이해관계인으로는 법무부가 나서 각자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낙태죄 위헌여부 헌재 공개변론은 2011년 11월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 재판을 받던 중 낙태죄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지난해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자기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해 임부의 생물학적 및 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고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현실적으로 낙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과 임부의 생명 및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낙태죄에 대해서도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큰데도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A씨 측 참고인인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낙태 비범죄화를 통해 안전한 낙태방법이 도입되고 의료인의 교육·훈련이 가능해지므로 여성의 건강과 모성 보호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형법 소관부처인 법무부는 반대 입장에 섰다.

법무부 측은 “태아 생명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으로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선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불가피한 경우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시술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법무부 측은 또 “낙태시술의 대부분은 의사 등이 하고 있다. 태아생명의 보호업무 종사자가 낙태 시술을 하는 경우 일반인보다 비난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의사낙태죄도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법무부 측 참고인인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낙태 자체에 대한 원칙적 금지 거의 모든 입법례에서 공통적”이라며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 자체는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정부부처로는 처음으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취지로 헌재에 의견서를 내 눈길을 끈다.

여가부는 의견서에서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 형법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기본권인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을 제약하고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낙태죄에 대한 첫번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8명 중 합헌 4대 위헌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이 됐다.

현재 헌재에서는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해 김이수·강일원·안창호·김창종·유남석 재판관 등 총 6명이 낙태죄 폐지 또는 개정에 찬성하는 쪽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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