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 경제의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의 한은·대한상공회의소 제1회 공동세미나에 참석해 이 같이 전망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와 신현송 국장은 이 총재가 묻고 신 국장이 답하는 방식의 대담을 15분간 진행했다.
이 총재는 달러화 하향 안정에 대한 신 국장의 답변을 듣고 무역수지 개선 기대감을 드러냈다. 1월 무역수지는 127억달러 적자로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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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기업하는 분들의 질문을 크게 두 개 받아봤다. 해외와 거래가 많은 기업인데 달러화로 수출 대금을 받아 언제 원화로 바꿔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달러화 전망을 물었다.
신현송=환율이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통화정책이 큰 몫을 차지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낼 새벽 통화정책 결과를 발표할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연준도 마찬가지겠지만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안정된다면 금융긴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달러화는 작년 가을을 정점으로 더 이상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바람반 예측반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안정될 것이다.
이창용= 현 상황에서 물가 변동이 없는 한 당분간 추세적으로 봤을 때 작년에 많이 달러화가 올랐기 때문에 안정되지 않겠는가를 전제하는 것이냐?
신현송= 그렇다.
이창용= 중국 업체에 납품하는 수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의 질문이다. 미중 관계 악화, 혐한 등이 지속되면 중국 수출이 어려워질 것인데 새로운 납품업체를 찾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냐는 내용이다. 중국을 포기해야 하냐는 질문 같다.
신현송= 거래 상대방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항상 중요하고 이를 위해 거래 상대방 다변화를 항상 주시해야 한다. 다만 중국 비중이 워낙 크다. 중간재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 몇몇 전략적 업종 외에 미중 갈등이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미중 마찰이 있다고 해도 미국과 중국 모두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창용= 중국에서 임금이 오르고 경쟁이 심해져 한국으로선 지난 20년간 누렸던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중국 의존도를 바꿔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도 나왔지만 중국 성장률이 올해 5.2%로 전망됐다. BIS에선 중국 성장률을 얼마로 예상하나? 또 한국 경제가 중국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신현송= 최종 소비재에 한해서 혜택을 받을 것이다. 중국 리오프닝에 대해 혜택을 입겠지만 한중 무역관계는 중간재 수출, 수입이 많다. 한중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나라들이다.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글로벌 가치사슬을 잘 운영하기 위해선 좋은 쪽으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수요가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이창용= BIS에서도 중국이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한은에선 작년 4분기 중국 성장률을 마이너스 2%로 봤는데 제로 성장이 나왔다. 그래서 올해 5% 넘을 것으로 본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중국 경제 반등이 작년 나빴던 것에 대한 기술적 반등을 넘어 얼마나 회복될 것인지, 그 혜택을 우리가 얼마나 받을 수 있을 지다. 중국 여행객이 한국에 와서 경상수지 흑자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신현송=저희는 IMF와 달리 전망을 하지 않지만 견해가 비슷하다. 리오프닝하고 세계 경제가 재편되는 현상이라고 본다. (경상수지 개선 등은) 그럴 것 같다. 한국 뿐 아니라 동남아 여러 국가들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창용= 유럽,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신현송= 작년 중반만 해도 유럽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자국 통화로 계산하는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것들이 인플레이션 쇼크를 일으키고 경기냉각도 빨리 이뤄졌다. 그런데 달러화 가치, 원자재 가격 안정되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국은 고용시장이 중요한데 고용시장이 균형을 찾고 어느 정도 경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다.
이창용= 작년 11월 제가 BIS로 출장을 갔을 때만 해도 비관적이다가 12월 넘어가고 올 1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유럽 금융시장도 크게 반응한다. 금융시장에 나타난 기대가 과도한가?
신현송= 작년 11월 총재가 BIS 회의에 참석했을 때 저희가 발표했던 내용을 보면 달러화 가치가 정점이었고 그때가 전환점이었다. 금융여건을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경제활동에 제약이 있는데 반대로 호전되면 과잉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시장 반응이 실물 경제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이창용= 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정, 다음 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 등이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보고 지금의 견해를 유지할지, 조정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신현송= 저희도 보고 있다.
이창용= 유가가 중요한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중국이 회복되면 실물경제는 좋지만 석유 수요 늘어나서 유가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신현송= 작년 한은 국제회의에서도 언급했는데 유가뿐 아니라 에너지 원자재 가격을 총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1973년 오일쇼크가 처음 터졌을 때만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원유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다. 원유로부터 가스 등 재생에너지 쪽으로 넘어갔다.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충격이 있겠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창용=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이머징 마켓이나 일부 선진국 등 부채가 많이 올라간 나라들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터질 가능성은 없을까? 우리나라도 가계부채가 크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이자율이 부채에 영향을 미쳐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신현송= 부채는 국가별, 부문별 특징이 있다. 금융안정 뿐 아니라 실물 경기 활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겠다. 이자 부담이 오르면 소비가 줄지만 그것보다 가계부채가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가계의 대차대조표상 여러가지 압력이 나타나겠지만 가계부채 뿐 아니라 기업부채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걱정을 안 했던 부분이 정부부채다. 정부부채 문제가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튼튼해서 크게 거론이 안 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동력이 재정 지출이었는데 국채 비율이 높아져서 앞으로 고금리 상태에서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큰 문제다. 올해 새로운 테마가 될 것이다.
이창용= 기획재정부가 확고한 재정건전화 의지를 갖고 있다. 물가 안정 뿐 아니라 위기 관리 측면에서 정책 공조가 잘 되고 있다. 오늘 박사님이 달러화가 떨어지고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한 만큼 그 말만 믿고 마음을 편히 갖겠다. 박사님 말씀대로 되면 하반기에 모시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