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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룰라 대통령이 밝힌 정책 구상도 대부분 보우소나루 정부의 정책을 180도 되돌렸다. 환경 정책이 대표적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다시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고 생물계, 특히 아마존의 황폐화를 멈추자”고 말했다. 아마존 개발을 적극 추진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맞서 룰라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030년 내 산림 벌채 전면 금지를 공약했다. 이를 위해 보우소나루 정부가 무력화한 환경·재생 가능 천연자원 연구소도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몇 년 동안 브라질은 다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가 됐다”며 “밤낮으로 모든 불평등에 맞서 싸울 것을 약속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조정하고 식량가격을 낮추겠다”고도 했다. 지난 집권기에 자신이 폈던 분배 정책을 부활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룰라 대통령은 월(月) 400헤알(한화 약 9만6000원)로 삭감될 예정이던 저소득층 보조금을 600헤알(14만4000원)으로 동결했다. 연말 폐지됐던 연료 보조금도 60일 연장했다.
룰라 대통령은 자원정책 변화도 예고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라틴아메리카 최대 석유회사이자 국영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트로브라스 차기 CEO로 지명된 장 폴 프라테스도 “미래를 생각하고 국가·지구·사회적 요구와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충족하기 위해선 에너지 전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재생 에너지 같은 분야는 석유 탐사·생산보다 수익성이 작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면 회사 이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룰라는 2003~2010년에도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바 있다. 당시 그는 국제 유가 상승을 바탕으로 브라질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를 이뤄냈다. 이 같은 룰라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남미엔 이른바 ‘핑크 타이드(온건 좌파 집권 바람)’가 일었다. 퇴임 후인 2016년 룰라는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구속까지 됐지만 지난해 무죄 선고를 받고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룰라가 재집권하면서 중남미엔 좌파가 집권한 나라가 6개국(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멕시코·페루·콜롬비아)으로 늘었다.
FT는 “룰라의 첫 집권기에 브라질은 원자재 시장 붐으로 혜택을 봤지만 이제 세계 경제 시장은 그보다 덜 우호적”이라며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증세와 인플레이션, 고금리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