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10세 즉위…"신뢰 보답하겠다"

방성훈 기자I 2024.01.15 11:55:44

마르그레테 2세 여왕 건강문제로 퇴위후 왕위 이양
900년 만에 처음으로 왕위에서 스스로 물러나
프레데릭 10세 "내일 통합하는 국왕 될 것" 약속
역사적 순간 참관 위해 코펜하겐에 수천명 인파 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83)이 5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프레데릭 10세(55)가 국왕으로 올라섰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하는 역사적 순간을 보기 위해 수천명의 군중이 몰렸다.

덴마크의 프레데릭 10세 국왕과 메리 왕비가 14일(현지시간)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발코니에서 국왕 즉위 선포식 이후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CNN방송,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코펜하겐 크리스타인보르 궁전에서는 마르그레테 여왕의 퇴위식, 프레데렉 10세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한 이양식, 프레데렉 10세의 즉위식이 순차적으로 개최됐다. 마르그레테 여왕은 내각 회의 이후 퇴위 문서에 서명하고 프레데릭 10세를 향해 “국왕께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왕위 계승 절차가 마무리된 뒤 궁전 발코니에서 프레데릭 10세 국왕의 즉위를 선포했다. 그는 “여왕과 왕이 된다는 것은 천년이 넘는 사슬의 연결고리”라며 “한 사람이 물러나고 다음 사람은 준비한 채 서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군주가 된 왕세자는 우리가 아는 왕, 우리가 좋아하는 왕, 우리가 신뢰하는 왕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1849년부터 이어져온 전통에 따라 선포문을 세 차례 낭독했으며, 국가를 대표해 마르그레테 여왕에게 “깊은 헌신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프레데릭 10세는 훈장으로 장식된 군복을 입고 프레데릭센 총리 옆에 섰고 이후 메리 왕비가 네 자녀와 함께 자리했다. 프레데릭 10세는 “오늘 왕위가 계승됐다. 나의 희망은 내일을 통합하는 국왕이 되는 것”이라며 “이는 평생을 바쳐온 과제다. 특별한 섭정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내가 받은 신뢰에 보답하고 싶다. 사랑하는 아내와 우리보다 더 위대한 분의 신뢰가 필요하다”며 메리 왕비에게 입을 맞춰 군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앞에는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프레데릭 10세의 즉위를 환영하며 덴마크 국가를 제창했다. 즉위식 등의 행사는 TV로 생중계됐다. 시내 상점에는 마르그레테 2세와 프레데릭 10세의 사진이 걸렸고, 시내버스도 덴마크 국기로 장식됐다.

세계 각지에선 프레데릭 10세의 즉위를 축하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지난해 여름 대관식을 거행한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은 새 국왕과 왕비를 축하했다.

메리 왕비가 태어난 호주에서도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프레데릭 10세의 즉위를 기념한다면서 메리 왕비의 고향인 태즈매이니아에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해 1만호주달러 기부했다. 그는 성명에서 “덴마크의 프레데릭 왕세자와 메리 왕비의 이야기는 호주인들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호주는 이번 행사를 기념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편 마르그레테 여왕은 1146년 당시 군주였던 에릭 3세가 왕위를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간 이후 약 900년 만에 처음으로 왕위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부친인 프레데릭 9세가 사망한 1972년 1월에 즉위한 뒤 52년 동안의 재임했다. 현존 세계 최장수 군주다. 하지만 마르그레테 여왕은 새해 전야인 지난달 31일 건강 문제를 언급하며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허리 수술을 받은 뒤 4월에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덴마크 일간지 베릴링스케의 문화 편집자인 비르지테 보럽은 “여왕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1972년 (권력 이양 때와는) 매우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며 “여왕의 퇴위 결정은 충격적이었지만 대부분의 덴마크인들은 여왕이 건강이 나빠져 성화를 물려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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