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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NOW] 오라클 10조 회사채의 비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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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14.07.07 14:18:05

저금리 `막차`..경쟁사대비 낮은 부채비율 덕
장기채-FRN 비중 늘려..만기분산-금리위험 고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굳이 다국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해외 기업들의 동향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기획 연재할 ‘글로벌 NOW’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와 그 이면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 상반기 단일 기업으로 가장 큰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애플이었다. 단번에 120억달러(약 12조1000억원) 어치를 찍었다. 그리고 상반기 마지막날인 6월30일, 그에 맞먹는 100억달러(약 10조1200억원) 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곳이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오라클(Oracle)이었다.

(그래프1) 오라클이 영업활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현금은 매년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본지출이 크지 않아 순현금흐름도 양호한 편이다. (단위:백만달러)
`현금부자` 오라클이 빚내는 까닭

사실 애플과 오라클 모두 현금이 많은 기업들이다.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애플은 보유 현금만 15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현금 부자 기업이다.

애플에는 못미치지만, 오라클도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여력만 390억달러에 이른다. 현금은 180억달러 수준이고 은행 정기예금이나 우량 기업기업(CP), 단기 회사채 등 매각 가능한 유가증권(Marketable securities)을 210억달러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 한 해 영업활동만으로 만들어낸 현금도 149억2100만달러에 이른다. 5억8000만달러의 자본지출을 빼도 순현금흐름만 143억4100만달러 규모다. (그래프1 참고)

문제는 애플이 현금 보유액 가운데 90%인 1300억달러를, 오라클이 현금 중 91%에 이르는 352억달러를 해외 자회사를 통해 역외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자금을 본국으로 다시 들여올 때에는 최대 35%에 이르는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빗발치는 주주들의 요구에 자사주 취득을 늘리고 배당을 확대하려는 애플과 만기 도래한 빚을 갚고 자사주를 사면서 인수합병(M&A)까지 고민하는 오라클이 굳이 회사채를 찍어야 하는 이유다.

자린고비의 값싼 대출 활용하기

(그래프2) 100%에도 못미치는 오라클(맨 오른쪽)의 부채비율은 IBM에 비해 월등히 낮고 마이크로소프트(맨 왼쪽)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쟁사들 가운데서도 낮은 편이다.
그나마 애플과 오라클이 편하게 대규모 회사채를 찍을 수 있었던 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 덕이었다.

최근 기준금리가 조기에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로 미 국채금리가 휘청거렸던 걸 감안하면 오라클은 ‘저금리 막차를 타겠다’는 심리가 강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IT 컨설팅업체 스트라티바(Strativa)의 프랭크 스카보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이미 수중에 꽤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에 회사채를 발행한 건 역사적으로 낮은 저금리를 활용해 부채구조를 합리화하겠다는 심플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오라클의 부채비율(debt-to-equity)이 경쟁사들에 비해 낮다는 점도 회사채 발행 확대를 감행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였다. 100%도 안되는 부채비율은 마이크로소프트(MS) 정도를 제외하고는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래프2 참고)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 적절하게 부채를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봄직한 전략이다.

지난 2013회계연도와 2014년에 각각 50억달러씩만 회사채를 발행하던 오라클이 갖고 있는 회사채 발행잔액은 고작 241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번 100억달러 어치 발행 이후 그 규모는 341억달러로 늘었지만, 여전히 보유 현금에도 못미친다.

빚 갚는 전략부터 세웠다

다만 이번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오라클이 신경 쓴 것은 장기채권과 변동금리부채권(FRN) 비중을 높여 채권 만기구조를 분산시키고 향후 금리 상승에 대비했다는 대목이다.

(그래프3) 오라클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 만기는 2024년 이전에 집중돼 있다.


현재 오라클의 회사채 만기 현황을 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래프3 참고) 이번에 100억달러 어치 회사채 가운데 절반인 50억달러 가까이를 만기 10년 이상 채권으로 발행해 시기별로 고른 만기 분포를 가지게 된 셈이다.

또 하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에 대비할 수 있는 FRN 발행을 늘렸다는 것이다. 기존 회사채 241억달러 가운데 FRN은 고작 5억달러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한 꺼번에 17억5000만달러 어치나 발행했다. 대신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거래를 튼 이자율 스왑(금리 상승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은행과 계약을 맺어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대신 변동금리를 받는 거래)도 활용한다.

오라클의 회사채에 `A+` 신용등급을 부여한 피치사는 평정 보고서를 통해 “오라클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과 회사채 구조, 보수적인 자금조달 정책 등이 재무구조 유연성을 유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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