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고수준 韓 상속세…기업 역동성 저해 부작용 커

김소연 기자I 2024.11.18 12:00:00

대한상의,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 보고서
투기세력에 기업 경영권마저 위태…기업포기 사례까지
日 기업승계 부담 낮추려 노력 중…상속세 개편 촉구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25년만에 상속세를 완화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현행 상속세가 기업의 계속성과 역동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상속세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 보고서를 발표하며 상속세 개선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5가지 이유로 △기업계속성 저해 △경제역동성 저해 △글로벌 스탠다드와 괴리 △이중과세 소지 △탈세유인 등을 짚었다.

앞서 정부는 올해 7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하향하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과세(20%) 폐지를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9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최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승계시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의 계속성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상속재산이 주식인 경우에는 ‘최대주주 20% 할증평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상속세율은 60%에 달한다.

국내 기업인들의 재산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비중이 높아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주식을 팔거나 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60%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 지분이 40%로 감소해 외부세력이 경영권을 탈취하거나 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상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경영자의 보유지분이 줄어들게 되는데 우리나라 상법에는 경영권 방어제도가 없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투기세력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기업승계시 경영자 지분율 변화(사진=대한상의)
보고서는 최근 일본 사회의 기업승계 기피 현상과 정부의 대응정책을 예로 들며 기업승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장했다. 일본은 20여년전부터 기업승계 기피 현상이 확산하며 흑자기업임에도 후계자가 없어 매각 또는 폐업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경영자의 지분을 △임원 또는 직원에게 승계(MBO)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M&A)하는 등 다양한 기업승계 방식을 마련하는 한편 △증여·상속세 감면 △보조금 지원 △사업승계 상담 및 매칭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상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상속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승계를 기피하는 사례가 곧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보는 부정적인 시각 대신 기술력과 일자리, 책임의 대물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중한 상속세가 기업 투자 약화, 주가 부양 제약 등으로 이어지며 경제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판단이다. 또 현행 상속세가 25년 간 자산가치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중산층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급등한 부동산 등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중산층까지도 세금을 납부하게 된 것이다. 상속세 과세대상인 피상속인과 총결정세액은 2012년 6201명 1조8000억원에서 2022년 1만5760명 19조 3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주요국 상속세 최고세율 비교. (사진=대한상의)
우리나라 상속세는 전세계 추세와도 괴리가 큰 편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할증과세 최고세율 60%)로 계속 인상됐다. 이와 달리 G7국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해 왔다. 캐나다는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고, 미국은 55%에서 35%까지 낮췄다가 2012년 40%로 고정했다. 상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개국이고, 상속세가 없거나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한 나라는 14개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속세 있는 국가의 평균 최고세율은 26%이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생애소득에 대해 최대 49.5%의 소득세(지방세 포함)를 차감하고 남은 재산에 대해 재차 과세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소지가 있기 때문에 많은 조세저항을 받고 있다. 과중한 상속세가 오히려 탈세를 야기하고, 상속재원 마련을 위해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상의는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주요국 세제를 참고해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여 기업 경쟁력을 지원하고 경제활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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