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론자' 홍준표 탈락에…동학개미 “공매도 해결사는 누구?”

양희동 기자I 2021.11.10 15:08:21

한투연, 윤석열 후보측과 만남 및 의견 전달 추진
이재명 후보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자" 강조
文정부 기조상 여당서 공매도 폐지 공약 어려워
제3지대 안철수 후보도 폐지보다 '불공정' 초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공매도 폐지’를 약속하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동학개미들의 지지를 받았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대선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이들의 표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학개미들은 여야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매도 관련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물밑 접촉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제 3지대 대선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공매도 관련 새로운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회원수 5만명 규모의 온라인커뮤니티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여야 대선 경선 후보 확정 직후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한투연 측은 윤 후보에게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투연은 지난달 말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 캠프를 찾아 △공매도 폐지 또는 대개혁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철폐 △금융위원회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 조직 설치 △주식시장 독립 감독기구 설치 등을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공매도 및 주식 양도세 폐지 등 약속했던 홍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같은 당 최종 후보로 결정된 윤석열 후보에게로 발길이 향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동학개미 표심 잡기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달 들어 한국거래소를 찾아 소액투자자 보호와 MZ세대의 기회 확대를 강조했고, 경북대 강연에선 자신의 주식 투자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지난 8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 글에서 “공매도가 갖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공매도를 위한 대주·대차 담보 비율이 개인은 140%, 외국인·기관은 105%인 부분을 지적하고, 개인의 대여 물량 확대 필요성,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 이후 추진한 정책과 연장 선상에 있는 것들로 동학개미가 요구하고 있는 공매도 폐지 또는 상환기간 단축 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 이 후보는 MSCI선진국지수 편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집권 이후 ‘공매도 전면 재개’ 등 추가적인 관련 규제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제3지대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안랩(053800)을 창업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만큼 공매도에 대한 차별화된 공약이 나올지 관심을 끈다.

안 대표는 올 초 공매도 재개에 앞서 “공매도 재개는 자본시장의 독”이라며 “기관과 외국인만 돈을 벌고 개인은 손실을 보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비판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안 대표 역시 테마주 시세 조종과 불법 공매도 방지 등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했던 만큼, 동학개미들이 주장하는 공매도 폐지 등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홍준표 의원이 동학개미들의 공매도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겨냥해 공매도 폐지를 약속하며 지지를 얻었지만, 현 정권의 정책 기조상 여당 후보가 같은 주장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윤석열 후보는 공매도에 대해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고, 홍 의원과 같은 당 후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대감을 갖는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SCI선진국지수 편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공매도 폐지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차기 대선에서 당선된 새로운 대통령이 공매도 폐지를 실행에 옮기겠다면 할 수는 있다”면서도 “실제로 폐지한다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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