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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석유기지, 41년만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박철근 기자I 2017.08.24 11:00:00

'13년 착공 이후 4년만 결실…470억 투입
내달 1일 개장…14만㎡에 공연·전시장 등 들어서
설계·시공부터 운영까지 시민주도로 추진하는 ‘협치형’ 공원운영 적용
신재생에너지 냉·난방 및 생활하수·빗물 활용 등 친환경 공원으로 자리매김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1976년 비상상황을 대비해 건립한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해 41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24일 “1급 보안시설로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연중 축제와 공연·전시 및 시민시장이 열리는 문화비축기지로 변신해 내달 1일 개장한다”고 밝혔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지난 1973년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차 석유파동으로 국내 경기가 위기를 맞자 유사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위해 시가 국고보조금으로 1976~1978년 건설했다. 1급 보안시설로 지정해 일반인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해온 이곳은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위해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위험시설로 분류, 2000년 11월 폐쇄했다. 이후 일부 부지만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10년 넘게 사실상 버려지고 방치됐다.

지난 2013년 1월 시작해 이달 말 공사를 마무리하는 문화비축기지는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규모(면적 14만 22㎡)의 부지에 공연·장터·피크닉같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열린 공간(3만 5212㎡)이 들어선다. 그 주변으로 6개(T1~T6)의 탱크(10만 4810㎡)각 각종 문화 시설로 둘러싼다. 사업비는 470억원을 투자했다.

시는 “산업화시대 유산인 탱크들은 물론 내외장재, 옹벽 등 하나부터 열까지 기존 자원들을 재생하고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가솔린, 디젤, 벙커씨유 같은 유류를 보존하던 기존 탱크들은 최대한 외부 원형을 살려 복합문화공간, 이야기관 같은 복합문화시설로 재생됐다. 뉴욕 애플스토어 같은 유리돔(T1), 기존 탱크의 철재를 모두 제거해 만든 공연장(T2), 탱크 상부 구멍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마치 숲속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T4)까지, 문화비축기지만의 독특한 공간 특성을 활용한 구조물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41년간 민간인을 통제했던 마포석유비축기지(왼쪽)을 연중 상설 공연·전시 등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마포문화비축기지를 내달 1일 개원한다. (사진= 서울시)
문화비축기지의 특징 중 하나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점이다.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을 해결한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30톤)과 빗물저류조(300톤)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다.

이곳은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도보로 약 7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문화비축기지를 감싸고 있는 매봉산 능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1.3㎞)에서는 상수리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숲 등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으며 매봉산 정상 전망대(93.9m)에서는 문화비축기지는 물론 월드컵경기장과 한강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시는 “내달 1일 정식 개원에 이어 10월 14일 개원기념 시민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기존의 평화의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난지천공원 등과 함께 난지도 일대 생태 문화복합공간을 완성해 서울 서북지역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문화비축기지를 조성하면서 초기단계부터 시민주도형 ‘도시재생’ 절차를 적용했다. 향후 운영도 시민주도협치형 공원운영 모델인 ‘협치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시는 내달 1일 개원 이후 연말까지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40개팀을 선정했다. 마을·문화·예술·생태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됐으며 3개월간 시민시장, 음악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고인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재생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철저히 통제되던 산업화시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라며 “문화비축기지가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명소로 기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문화비축기지는 쓰임을 다한 산업화시대 유산을 역사와 문화의 숨결은 보존하면서 새로운 쓰임으로 전환하는 도시재생의 대표모델이자 친환경 랜드마크”라며 “41년간 시민과 단절됐던 공간이 문화공원으로 다시 태어나 사람이 모이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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