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에 韓증시도 출렁…반도체·전력설비↓ AI챗봇↑

신하연 기자I 2025.01.31 10:26:05

SK하이닉스 8% 하락…장중 10% 넘게 밀려
전력설비株 일제히 약세 전환…가온전선 11%↓
네이버·AI 챗봇 관련주 강세…"오픈소스 낙수효과"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최근 뉴욕증시를 강타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발(發) 쇼크에 긴 설 연휴를 지내고 31일 개장한 국내 증시 역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AI 반도체와 인프라 관련주 랠리가 꺾이며 큰 폭 하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시장은 AI 챗봇 관련주 등 일부 성장주에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양새다.

3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오전 10시14분 현재 SK하이닉스(000660)는 전거래일 대비 8.14% 하락한 20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 10% 넘게 밀리기도 했다.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도 전장보다 2.23% 내린 5만2500원에 거래되면서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한때 2498.90까지 밀리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에 강세를 보였던 전력설비 관련 종목들도 대거 하락세로 돌아섰다. 같은 시각 LS ELECTRIC(010120)은 전거래일 대비 9.02% 하락한 22만 2000원에 거래 중이다.

가온전선(000500)(-11.32%)과 효성중공업(298040)(-11.32%)은 10% 넘게 밀리고 있고 일진전기(103590)(-9.66%), 제일일렉트릭(199820)(-9.40%), HD현대일렉트릭(267260)(-9.33%), 제룡전기(033100)(-7.21%) 등도 일제히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전력설비는 AI 기술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른 직간접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혀왔다.

중국의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 기업의 10분의 1이 안 되는 저비용으로 챗GPT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영향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17% 급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딥시크가 선보인 AI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가 최근 선보인 추론형 AI 모델 ‘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회사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800 2000여개를 활용했다고 공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H800은 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주력 GPU인 H100S나 A100보다 사양이 낮다. 챗GPT 등장 이후 미국 빅테크들이 고성능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특수 반도체 칩 1만 6000개 이상을 사용하며 수억달러를 쏟아부은 것과도 대조된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 AI 챗봇 관련주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같은 시각 인스웨이브시스템즈(450520)는 전장보다 27.59% 상승했고, 플리토(300080)(26.48%), 마음AI(377480)(15.38%), 바이브컴퍼니(301300)(13.24%) 등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 중이다. 이와 함께 NAVER(035420)도 6%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저비용 AI 모델의 등장이 기존 AI 산업의 비용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인터넷 업종은 오픈소스 진영에 속하기 때문에 오픈소스 모델의 성공이 낙수 효과로 떨어지는 구조”라며 “딥시크로 인해 국내 기업에서는 소프트웨어·게임 기업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딥시크 등장에 따른 시장의 우려가 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27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관련 종목이 주가 급락이 발생했지만 이후 대부분 반등에 성공했다”며 “비용 절감 기술의 효용성은 인정되나 AI 인프라 투자는 늘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며 주가 회복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딥시크의 극단적 비용 효율화가 하드웨어 수요에 대한 우려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빅테크 모델과 절대성능 측면에서 격차가 크고, 범용인공지능(AGI)까지 목표하는 산업 방향성 관점에서 신규 영역 개척에 대한 기술 가능성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AI 소프트웨어 수요 증가세는 더욱 강해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AI 데이터센터 확충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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