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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현직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중국이 쿠바에 합동 군사 훈련시설을 짓기 위해 쿠바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관계자는 합동 군사 훈련시설이 건설되면 중국군이 쿠바에 상시 주둔하게 되고 미국을 겨냥한 첩보활동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주와 100마일(약 16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쿠바에 군사시설을 지으면 미국 남동부의 군사 활동을 위협하는 건 물론 일과 전화 등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를 수집하기도 용이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쿠바에 외국군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지으려 하자 미국은 소련과 핵전쟁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최근 중국군은 ‘141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지부티와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곳곳에 중국군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쿠바에 군사·도청시설을 잇달아 건설하려는 것도 141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도 쿠바에 미군을 겨냥한 도청시설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중국과 쿠바의 군사 공조는 최근 미국이 대만에 연합훈련을 위해 미군 교관 100명을 파견한 것에 대한 ‘맞불’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군의 쿠바 주둔이 현실화하면 미·중 관계는 또 다른 암초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쿠바에서 영향력 확대를 지속해서 시도할 것이라고 우리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19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지도부에 쿠바 내 중국의 첩보 활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은 쿠바 내 도청시설 운영 등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