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삐 가기 아쉬웠나! 제주서 쉬어가는 봄

경향닷컴 기자I 2008.05.15 15:57:12

ㆍ초록빛깔 차밭과 분홍빛 꽃물결 色色 유혹
ㆍ산길 한편 꽃잎 열어젖힌 야생화 발길 잡아

[경향닷컴 제공] 5월, 제주의 봄색은 초록과 분홍이다. 산야를 뒤덮은 초록의 스펙트럼과 분홍빛 꽃물결에 마음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차밭과 철쭉이 제 철을 맞은 까닭이다. 제주도 차밭은 보성 못지않게 드넓고 아름답다. 여러 곳에 흩어진 차밭 중 풍광이 아름답기로는 서광다원이 으뜸.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이 1978년부터 다원을 개간하기 시작해 1983년 첫 차를 생산한 곳이다. 철쭉 명소는 역시 한라산. 영실코스 선작지왓, 윗세오름 평원지대와 어리목코스 만세오름과 윗세오름 사이에서 볼 수 있다.

한라산 철쭉은 산철쭉이라 키가 작고 때깔이 짙어 화려하다. 봄꽃여행을 미뤘다면 이를 핑계 삼아 제주도의 늦은 봄 풍경을 만끽해 볼 만하다.

▲ 서광다원

일본의 후지산, 중국의 황산과 더불어 제주도가 ‘세계 3대 녹차 재배지역’으로 꼽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산 토양으로 형성돼 배수가 잘되는 데다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따뜻한 기후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까닭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자리한 서광다원은 단일 재배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인근에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 차를 벗 삼아 ‘세한도’를 남겼다는 유적지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다원은 서광 외에 도순·한남다원 등 총 3곳. 3곳의 재배면적은 국내 전체 재배면적의 4.9%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이중 서광다원이 5만4900㎡로 가장 크다.

멀리 한라산이 바라다 보이는 초록 들판에는 줄지어 늘어선 차나무가 이리저리 물결친다. 구릉지대인 까닭에 그 모양새가 꼭 너울 같다.

새로 돋은 연초록 어린잎에서부터 수확을 기다리는 진초록 잎에 이르기까지 초록의 스펙트럼을 보는 듯 황홀하다. 봄볕에 온몸을 내맡긴 찻잎은 유리알처럼 반짝거린다. 겨울추위를 이겨낸 차나무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푸름이 길게 이어진다.

차나무의 모양새는 윗부분을 둥글게 만든 육지 것과는 사뭇 다르다. 자로 재서 깎아낸 듯 모두 일자형이다. 햇볕이 차나무에 골고루 스며들게 하기 위해 굴곡을 두지 않았다. 맛도 다르다. 토양의 유기질 성분과 일조량이 풍부해 아미노산 성분이 타 지역보다 많기 때문이다. 감칠맛이 더한 까닭이다.

차밭마다 팬이 달린 전신주를 세워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서리가 내리면 팬을 돌려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를 섞어 피해를 막는 장치다. 검은색 망사 천을 뒤집어쓴 차나무도 있다. 찻잎의 색도를 높이고 타닌 성분의 생성을 억제해 떫은맛을 없애기 위한 재배방법이라는 설록차연구팀 유주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이곳의 찻잎은 4~10월까지 총 4번(4·6·7·10월) 수확한다. 6월까지는 수작업으로, 7월부터는 기계가 사람 손을 대신한다.

2001년 문을 연 녹차박물관 ‘오 설록(o’sulloc)’도 볼거리.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박물관은 ‘차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한라산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서광다원의 초록물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 한라산 철쭉

▲ 설앵초
한라산 등반은 영실과 어리목, 관음사, 성판악코스 등 4가지. 영실과 어리목코스는 윗세오름까지, 성판악과 관음사코스는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한라산 철쭉은 영실코스 선작지왓과 어리목코스 만세오름에서 윗세오름 사이, 윗세오름 평원지대 바위틈과 평원에 무리지어 있다. 특히 영실코스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영실기암과 폭우 뒤 녹음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수의 장관을 만날 수 있어 영실에서 윗세오름에 오른 뒤 어리목으로 내려서는 게 좋다.

영실휴게소 왼쪽으로 난 숲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면 제주조릿대가 길 양쪽으로 도열해 마중한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재주조릿대는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제주 특산식물.

1시간쯤 걸리는 숲길을 지나는 동안 봄볕에 꽃잎을 열어젖힌 야생화를 보는 맛에 갈 길이 더디다. 하얀색 꽃잎이 단아한 분단나무꽃이 초록의 숲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한라민들레, 설앵초, 변산바람꽃 등 한라산에서만 자생하는 야생화도 앙증맞게 꽃을 피웠다. 새끼손톱만한 크기의 야생화는 몸을 낮춰야 자연의 신비함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 한라 민들레
숲길을 벗어나면 시야가 확 트인다. 우측 오백나한상이 바다를 향해 줄지어 솟은 모습이 신비롭다. 위쪽 병풍바위도 웅장하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지고 발아래 오름이 겹겹이다. 앙상한 주목과 구상나무숲도 장관.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목이다.

1시간30분쯤 오르면 드넓은 철쭉밭을 만난다. ‘큰 돌멩이들이 서 있는 밭’이라는 선작지왓이다. 해발 1700m 높이에 이처럼 광활한 평원이 있다는 게 신비할 따름이다. 그 위로 우뚝 선 한라산 정상이 당당하고 웅장하다. 왼쪽 족은오름으로 눈을 돌리니 노루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한라산 철쭉은 산철쭉이다. 키가 작고 길쭉길쭉한 꽃잎에 때깔도 짙다. 예년 같으면 봄볕의 유혹에 살포시 꽃잎을 열을 법한데 올해는 개화시기가 늦어졌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털진달래가 철쭉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이달 말, 철쭉이 꽃잎을 열면 한라산 정상의 화구벽과 드넓은 평원, 철쭉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혹 구름이라도 깔리면 그대로 천상의 화원이다.


- 각 산행기점 숙박시설 없어 -

▲ 한라산 등산로를 분홍빛으로 물들인 철쭉.
▲찾아가는 길(서광다원): 제주공항에서 1135번 도로를 따라가다 소인국테마파크에서 1136번 도로로 갈아탄 후 ‘저지’란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112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영실)제주공항에서 1139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리목을 지나 왼쪽에 영실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3분쯤 가면 매표소와 주차장이다.

▲주변 볼거리:(서광다원)추사 유적지, 소인국테마파크, 평화박물관, 중문관광단지, 방림원 등/(영실)서귀포자연휴양림, 제주경마공원, 엉또폭포 등

▲등반코스:(어리목코스)어리목→윗세오름 대피소(4.7㎞, 편도 2시간), (영실코스)영실휴게소→윗세오름 대피소(3.7㎞, 편도 1시간30분), (성판악코스)성판악매표소→진달래밭 대피소(7.3㎞, 편도 3시간), (관음사코스)관음사 야영장→용진각 대피소(6.8㎞, 편도 3시간30분). 어리목과 영실 입산은 오후 2시까지만 가능하다.

▲숙박:윗세오름 산장에서는 비상시가 아니면 숙박할 수 없다. 또 각 산행기점에는 숙박시설이 없어 제주시나 서귀포, 중문 등지를 이용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관광안내코너(cyber.jeju.go.kr) 참조

▲여행상품:뭉치이벤트투어에서는 절물자연휴양림과 절물오름, 월령선인장 자생지, 오설록, 안덕계곡, 성산일출봉, 만장굴, 승마체험 등이 포함된 2박3일 일정의 제주여행 상품을 내놨다. 24만5000원. (064)724-6887

▲문의: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책과 (064)710-3851, 한라산국립공원 (064)713-9950, 영실관리소 (064)747-9950, 어리목(064)713-9950


- 내가 따서 볶은 차맛 어때? -

아모레퍼시픽 설록은 ‘2008설록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설록다원 서광’에서 6월1일까지(매주 주말 및 공휴일) 열리는 페스티벌은 제주도가 최적의 녹차 산지임을 알리고 녹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반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녹차축제다.

‘나만의 녹차 만들기’ 행사를 통해 직접 채엽한 녹차잎을 180~200도 온도에서 볶아내는 덖음과정과 유념과정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완성품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또 ‘설록 다원 버스 투어’에 참가하면 드넓은 청정 녹차밭 사이를 이리저리 누빌 수 있다.

이외에 녹차잎 스탬프를 활용한 녹차잎 카드 만들기, 다양한 차의 맛을 가려 진정한 설록차의 지존을 찾는 블라이딩 테스트, 설록 페스티벌의 즐거운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포토 인화 서비스 등의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전 10시~저녁 6시까지. 입장권 3000원, 가족권(4인 기준) 1만원. 30명 이상 단체 및 제주도민, 제주행 아시아나항공 보딩패스 및 할인쿠폰 지참 시 50% 할인. (064)794-5341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