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올해 유동성 회수할 때 아니다"(종합)

김기성 기자I 2009.05.19 20:13:04

"내년 재정여건 대단히 열악..추가 감세 없다"
"봄 소식 이르다..구조조정 게을리해선 안돼"
"환율 상당히 안정권 회귀"..개입 자제 시사
"국가경쟁력 제고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필요"
..윤 장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단기유동성은 늘었지만 단기부동자금이 많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확장적 정책기조를 바꿀 단계가 절대 아니며 아마도 올해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내년도 재정여건이 대단히 열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감세정책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경기의 하강 속도는 완화되고 있지만 하강 국면은 계속되고 있어 봄 소식을 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 경기가 변곡점에 다다랐다거나 자유낙하가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 등 바닥론이 나오고 있지만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 온 것"이라는 비유를 들면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특히 "최근의 일부 긍정적인 신호를 낙관적으로 보고 구조조정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최근의 과잉유동성 논란에 대해 현재의 확장적 정책기조를 변경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올들어 62조~63조의 단기유동성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현금과 결제성 자산을 말하는) 협의통화(M1)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과잉유동성에 좀더 근접한 지표인 광의통화(M2)는 그렇게 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중요한 통화유통속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유동성은 늘었지만 단기부동자금이 많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미국의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당시 경기사이클을 오판, 너무 빨리 긴축정책으로 선회해 불황을 장기화한 사례도 들었다. 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변화도 정책기조를 바꿀 정도로 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윤 장관은 "부분적이고 국지적으로 유동성이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해야할 때다"고 강조했다. 또 "유동성이 실물분야로 유입되도록 하는 것은 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 정부의 고민"이라며 "투자유인책을 부처간 모색하고 있고, 대안이 나오면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내년도 세수는 올해 기업 활동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 만큼 내년도 재정여건이 대단히 열악할 것"이라며 추가 감세정책을 펼 여건이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속세 개정 등은 정책의 일관성상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선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10년전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큰 소리내지 않고 정밀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뇌리에는 10년전 외환위기 당시의 급작스럽고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자리잡고 있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며 채권금융기관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빠른 속도로 절상되고 있는 환율에 대해서는 "환율은 경제펀더멘탈과 시장수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속도나 폭이 빠르지만 이 것도 상대적 개념일 수 있는 것으로 상당히 안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시장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을 가급적 자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담보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동성이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이다"고 소개하면서 "노동자의 권익은 신장돼야 하지만 폭력 불법적인 행위는 정말 차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러한 모습이 국가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대외신인도가 어떻게 왜곡될지 문제의식을 갖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간제근로자 기간연장이 6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고 연말에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문제 등도 패키지로 돼 있어 올해가 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장관은 "내년에는 따사한 봄의 희망을 갖고 있다"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위기 이후 어떤 모습으로 세계경제 무대에 등장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할 때"라며 "녹생성장, 서비스선진화 등에 대해 관련 부처와 긴밀한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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