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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31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 논평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임시 주총 개최 전날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가 영풍 지분 10.33%를 취득했다며 상법상 ‘상호주 제한’ 제도에 따라 영풍 보유 지분 25.42%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전제 하에 임시 주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최 회장 측 안건이 대부분 통과됐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 회장 측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를 기습적으로 고려아연의 해외 손자회사로 넘긴 거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켰다”며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필수 조건인 자본시장을 무시하고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진입 희망을 무참히 짓밟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속한 상법개정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자 대기업 중심 규제에 초점을 맞춰온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다루는 것의 한계를 보여준 예”라며 “특정주주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자산을 동원했고, 주총 전날 지분 거래 타이밍을 잡은 점 모두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 대한 당국 차원의 조사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 회장은 “이번 케이스로 인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외국 자회사를 악용한 상호출자를 통해 패밀리의 지배력을 부당하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정위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 회장 주장대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시행한다면 주총 의장은 대표이사나 회장이 아닌 독립이사인 이사회 의장이 맡아야 한다”며 “고려아연 기존 및 신임 이사들도 특정주주의 사익이 아닌 선관주의에 입각해 모든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판단을 하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