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나비효과'?…현금 유동화 나서는 코스닥 상장사 ↑

신하연 기자I 2025.01.30 17:00:20

경기 둔화 장기화에 유상증자·주식관련사채발행 공시 증가
지난해부터 자금 조달 수요↑…올해도 관련 공시 증가 추세
대규모 유증 계획이 주가 영향 미치는 사례 급증…"유의해야"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국내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이 현금 유동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운영자금 확충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유상증자와 사채 발행을 늘리거나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금 유동화 나서는 코스닥 기업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한 달간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는 총 65건으로 전년 동기(26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공시된 유상증자의 목적을 살펴보면 운영자금이 5492억원으로 전체(7842억원)의 70.0%를 차지했다. 채무상환자금(858억원)은 10.9%였다. 둘을 더하면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1%에 달해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운영자금 마련이나 빚을 갚는 데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규 투자로 볼 수 있는 시설자금은 220억원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했다. 유상증자는 신주에 대한 돈을 받고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유통 주식 수 증가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통상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0일 장 마감 후 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줄기세포 연구 전문기업 차바이오텍(085660) 주가는 공시 다음 거래일인 23일 30% 가까이 폭락했다. 마찬가지로 20일 장 마감 이후 800억원 규모의 유증 공시를 낸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주가 역시 전 거래일 대비 8% 넘게 급락했다.

앞서 2차전지 소재 기업 인수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유증을 진행하려 한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 이수페타시스(007660)는 지난해 11월 초 장 마감 후 유증을 공시하고 다음 거래일 주가가 하루 만에 2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도 작년 11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다음날 13%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유증 결정과 함께 주식관련 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공시는 45건으로 전년 동기 25건 대비 80% 늘었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코스닥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한 탓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유증·주식관련사채 발행 공시↑

지난해 공시 현황을 살펴봐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유상증자 공시는 13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증가했고, 주식 관련 사채 발행도 1067건으로 18.7% 늘었다. 이를 통해 실제 조달된 자금 규모는 총 12조 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한 타법인 주식 처분 공시와 유형자산 처분 공시도 각각 37.0%, 50.0% 늘어났다.

불성실공시법인 전체 지정 건수가 113건(95사)으로 전년 대비 38건 증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기업의 자금조달 공시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가운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공시번복 등이 증가했다는 게 한국거래소 측 설명이다. 경영환경 악화가 기업의 영업활동(판매·공급계약 등)을 크게 위축시키며 계약물량이나 금액 등의 축소로 이어져 공시변경 등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분간 경기 흐름 개선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2024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연간 성장률도 2.0%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20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6~1.7%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지난해 7월 올해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던 기재부는 6개월 만에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춰잡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1153사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107.72%로 전년 말(105.82%) 대비 1.90%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의 부채총계는 214조 4905억원으로, 지난해 말(200조 9379억원) 대비 6.74%(13조 5525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코스닥 기업들은 대형사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고, 조달 가능한 금융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상증자와 사채 발행 같은 선택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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