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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의 막이 올랐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과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이 4파전을 벌인다. 여성 의원이 2명 이상 입후보한 건 자민당 역사상 최초라 주목된다.
17일 NHK와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자민당 총재 입후보 접수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후보들은 모두 신고에 필요한 20명 추천인 명단을 제출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당수가 되는 것이 사실상 총리가 되는 필요조건이라 이번 총재 선거 결과가 차기 총리를 결정짓는다.
복수의 여성이 후보로 등록한 건 이번 선거가 처음이다. 막판에 노다가 총재 선거에 필요한 추천인을 확보해 출사표를 던지면서 여성 후보는 사나에에 이어 두 명으로 늘었다. 마루카와 타마요 남녀공동참여상은 “사상 처음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복수의 여성이 입후보했다”며 “여성의 정치참여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다”며 환영했다.
후보들은 각각 다른 공약을 내세웠다. 먼저 여론조사 1위인 고노는 연금과 의료 등 사회보장분야 개혁을 약속했다. 고노의 유력한 상대 기시다는 중산층을 지원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출마한 다카이치는 그의 이름을 딴 ‘사나에노믹스’를 내걸었다. 아베노믹스를 넘어서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예고하며 그는 “아름답고 강하게 성장하는 일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다는 아이와 여성, 고령자를 위한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강한 리더가 하는 게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많은 기쁨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 후보에 대한 투개표는 29일 이뤄진다. 당 소속 국회의원 383표와 당원투표 383표를 합해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을 점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를 당일 치르는데, 국회의원 383표와 47개 도도부현 지방표 47표를 합산한다.
일본 유권자 민심을 반영하는 자민당 당원투표에서는 고노가 승기를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차기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했을뿐 아니라 선호도 조사 2위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도 고노를 지지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100만명 넘는 자민당 당원이 참여하는 투표에선 고노가 앞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국회의원 투표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기시다가 출마한 기시다파를 제외한 6개 파벌이 사실상 자율 투표를 용인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후보는 4명이지만 사실상 고노와 기시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 성향이 강한 고노가 당선될 경우 아베와 스가 총리의 노선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가 이긴다면 아베와 스가 노선을 큰 틀에서 계승하는 가운데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