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에 거주하는 이모(52·남)씨는 21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종로구의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퇴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평소 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던 그는 전날 갑자기 시작된 통증에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다가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없어 1시간 넘게 걸려서 이 병원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잘 합의해서 파업을 빨리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예정된 진료 취소될라, 사람들 ‘전전긍긍’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속 이른바 ‘빅5’ 병원(서울아산·서울대·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둘째 날도 일선 현장의 혼란은 이어졌다. 병원에서 의료 행위의 중추를 이루는 전공의가 한꺼번에 빠지면서 이씨처럼 진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예정된 진료가 지연·취소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수시로 병원에 연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데일리 취재진이 이날 오전 둘러본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은 전공의 파업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몰라 걱정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고3 아들의 예정된 위 검사를 위해 경주에서 왔다는 조모(52)씨는 “어제 남편도 응급실 상황은 어떤지, 검사가 예정대로 되는지 걱정돼서 전화를 수시로 했다”며 “파업 때문에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변화가 필요하면 파업을 해야 하지만, 환자 건강에 피해가 없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응급실 앞에서 쪽잠을 자며 대기했다는 김모(65)씨는 “아내가 일요일에 응급실에 실려 와서 있는데 병실이 없어서 응급실에 있다”면서 “2개월 정도 항암하면서 여기 있다가 퇴원했는데,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한다는 김모(79)씨는 “병원 파업을 하니까 (물어보려고 병원에) 종일 전화를 해도 받질 않는다”며 “자식들이 같이 안 사니까 물어볼 곳도 없고 갑갑하다”고 했다. 전라도 여수에서 왔다는 장모(79)씨는 “CT를 찍으러 왔는데 8시부터 와서 채혈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10시 반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고 푸념했다.
◇ ‘진료 어려울 수 있다’ 안내문 써 붙인 세브란스 안과병원
|
안과 진료가 예약돼 있어 방문했다는 러시아 교포인 여성 환자는 “파업 전부터 ‘진료가 늦어질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어제는 진료가 취소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서 병원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 수준으로 진료를 받긴 했지만, 어제는 걱정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40대 여성 환자 김모씨는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하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걸렸다”면서 “평상시라면 30분 정도 걸렸을 것 같은데 불편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파업이 장기화되는 데 따른 불안함을 보였다. 당뇨과를 받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는 김모(76)씨는 “진료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예약대로 진행됐다”면서 “뉴스를 보면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다음에 올 때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먹는 약을 타러 세브란스병원에 왔다는 80대 한모씨는 “오늘 약을 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파업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인데 누가 파업을 좋게 보겠느냐”고 되물었다.
◇ 파업 장기화 촉각, SNS서 불편함 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