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브레이크' 밟은 美…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하상렬 기자I 2025.01.30 16:35:05

美 연준 1월 FOMC서 금리 동결…4.25~4.5%
파월 “정책기조 서둘러 조정할 필요가 없다”
한은 2월 인하 우세하나…"추가 완화 속도조절"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준비하던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 워싱턴주재원은 30일 ‘2025년 1월 FOMC 회의 결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은 정부 정책 변화 영향과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 간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매 회의마다 금리 조정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결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준 금리 전망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셈이다.

앞서 연준은 28~29일(현지시간)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4.25~4.50%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 피벗(pivot·통화정책방향 전환) 이후, 쉼 없이 금리 인하를 세차례 단행했던 연준이 ‘멈춤’을 선택한 것이다.

시장은 연준 결정을 매파적(긴축 선호)으로 평가했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완화됐다’는 문구와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진전해왔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책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점점 늦추는 모양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의 3월 금리 인하 확률은 17.0%로 전날(30.9%)보다 크게 하락했다. 5월 인하 확률도 43.9%로 전날(51.0%)보다 떨어졌다.

자료=한국은행


시장의 시각이 바뀌는 것처럼 연준의 금리 동결이 한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단 전문가들은 한은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비 0.1% 성장해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등 국내 내수 경기가 우려보다 좋지 않고, 원·달러 환율도 1440원 내외에서 움직이며 지난 16일 금통위 당시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지연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다.

금통위원들도 금리 인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모든 금통위원들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봤다”며 그를 제외한 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FOMC 결과가 향후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 연내 인하 폭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연준 결정이 한은의 2월 금리 인하 결정에 큰 영향을 없겠지만, 올해 두 번째 금리 인하 시점이 다소 늦어지거나 인하 폭이 2회(50bp, 1bp=0.01%포인트)로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다음 달 인하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통위원들이 제시한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에는 4월 금통위도 포함되기에, 그때까지 한은이 트럼프 2기 정책과 외환시장 변동성 등 요인을 살펴보고 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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