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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뒤흔든 ‘엔 캐리’, 여전히 불안 요소…“변동성 우려”

김윤지 기자I 2024.08.12 14:05:32

“시장 얼마나 취악한지 보여줘”
청산 규모 전문가 의견 엇갈려
엔 매도 포지션, 한달새 90% 이상↓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지난주 전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글로벌 금융 시장 붕괴가 일본은행(BOJ)의 정책 변화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촉발된 일시적인 흔들림에 가까워 보이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에 시장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줬다고 짚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멕시코 채권,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나 비트코인 등 고금리·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장기간 이어진 일본의 저금리로 대출 상환 비용이 낮아지면서 전 세계 헤지펀드는 이 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BOJ가 지난달 금리 인상에 나서자 상황은 달라졌다. 엔화 차입 비용이 제로(0)에 가깝게 유지될 것이란 믿음이 깨지면서 투자자들은 빠르게 주식 등 자산 처분에 나섰고, 그 여파로 지난 5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하루에만 12% 넘게 하락해 사상 최악의 날을 맞았다.

블룸버그는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는 인플레이션에도 BOJ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갔던 만큼 시장에선 관련 자금이 여전한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얼마나 청산됐는지 의견이 엇갈린다. JP모건은 지난주 전 세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4분의 3분이, UBS는 약 40%가 청산됐다고 판단했다. 시티그룹은 현재 시장이 ‘위험 영역’을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런가 하면 BNY는 아직 추가 청산(언와인딩)이 추가 진행될 여지가 있다면서 엔화 가치가 미 달러 대비 100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스탠다드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추가 청산 가능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파괴적인 거품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투자운용의 잭 매킨타이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모든 트레이드가 영원할 순 없다”면서 “BOJ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캐리 트레이드에 변화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 캐리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발표하는 비(非)상업부문(투기세력)의 엔 매도 포지션은 7월 2일 기준 18만4223계약으로 2007년 6월 이후 최대 규모 수준이었으나, 6일 현재 1만1354계약으로 한 달 만에 90% 이상 감소했다.

골드만삭스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90% 정도 청산됐지만 선물 이외 포지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청산 여지는 조금 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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