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비노조 대전지부 급식 조리원들의 파업은 지난 5월 15일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방학 중 비근무자 근무 일수 320일 보장 △상시 근무자 연간 10일 이상 자율연수 △급식실 조리원 배치기준 하향 조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대전시교육청은 노조의 주장을 무리한 요구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현재 280~290일 수준인 근무 일수를 320일까지 확대하면 연간 4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방학 중에는 출근해도 할 일이 없어 근무 일수를 확대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노조 측은 “현재 급여로는 방학 중 생계가 곤란하다”며 53일째 무기한 순환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초·중학교 6곳이 파업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대전선화초·대전둔산중·대전삼천초에선 시판 도시락으로 대체 급식이 이뤄졌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학부모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최근 대전 선화초·옥계초에선 학부모 230명, 365명이 파업에 참여한 급식 조리원의 전근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교육청에 전달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학교 급식시설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에도 동참자가 늘고 있다. 대전지역 학부모로 보이는 유모 씨가 지난달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학교 급식실 국가필수공익사업장 지정에 대한 법 개정 청원’이란 제목의 글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유 씨는 이 글에서 “대전 급식노조 파업으로 인해 아이들이 제대로 급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인력을 투입해서라도 급식을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더니 불법이라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학교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게 해 달라”고 읍소했다.
해당 청원에는 6일 현재 6717명이 동의했다. 대전에서 중1 아들을 키우는 박모(46) 씨는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 자기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데에 화가나 국민청원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초3 아들을 둔 송모(41) 씨도 “50일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만약 우리 아이가 한 달 넘게 급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면 나도 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례행사처럼 파업, 법 개정 목소리
해마다 급식·돌봄 종사자들의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지자 학교 시설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곳에서만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다. 철도·전기·가스 등 기간산업시설이나 병원 등은 이에 해당하지만 학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학교 시설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려면 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양대 노총의 반대로 법안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학비노조 파업으로 급식·돌봄 대란이 일어난 사례만 이번 대전지부 파업을 포함, 4년간 총 7건에 달한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 회장은 “오죽하면 학부모들이 파업 공무직들의 학교 복귀를 반대하고 전근 요구 청원서까지 제출했겠는가. 이는 앞으로도 이러한 장기 파업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와 불신감의 표출로 봐야 한다”며 “더 큰 갈등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 돌봄·급식 노동자 파업 시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학자들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육공무직들이 교육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면 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대전지역 파업이 50일 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도가 지나치다”라며 “파업하더라도 한계를 명시하는 등의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