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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촘촘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바늘 하나라도 들여보낼 수 있을까. 실보다 가는 선도 신기한 노릇인데, 그 선이 색색까지 입었다. 작가 윤상렬(52)은 섬세한 선으로 회화의 굵기를 뒤집는 작업을 한다.
‘신의 명기’와 다를 게 없는 작업방식부터 보자. 종이에 손으로 직선 드로잉을 그은 다음, 다양한 굵기·색을 가진 날카로운 선을 디지털프린팅을 해 아크릴 판에 겹쳐 올린단다. 그 위에 유리액자처럼 반사하는 층을 더하고 나무프레임으로 형상을 가둔다고 했다. 엄격한 질서를 만든 선의 변주, 여기에 등장하는 주요 도구가 있으니 ‘샤프심’이다. 작가의 ‘직선 드로잉’이란 건 대형 제도판에 별별 두께의 샤프심을 무수하게 그어낸 작업을 말한다.
종이와 샤프심, 또 디지털 프린팅. 엇박자를 내는 이들 재료를 한데 묶는 작업을 두고 작가는 “시대와 환경에서 변화하는 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라고 말하기도 했더랬다. 그 겹겹이 만든 미묘한 세상을, 2010년부터 시작했다는 연작 중 한 점인 ‘침묵’(Silence) CC-16’(2022)에서 읽어내게 한 거다.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조금 조금 조금’(A Little A Little A Little)에서 볼 수 있다. 회화작품 20여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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