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은 과거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청구권은 과거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2018년 대법 전원합의체 선고가 지난 21일 대법 선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히 보장받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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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서는 피고 일본 기업들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원고들에게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에 대해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해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A씨와 B씨는 1944년 4~5월 구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 공정에서 근로정신대원으로서 강제노역에 종사하다가 동남해지진 발생으로 A씨는 숨지고 B씨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C씨는 1944년 9월부터 히타치조선소 등에서 강제노동을 했다. D씨 등 14명은 1944년 8~9월 구 미쓰비시중공업 산하 나고야, 도쿄 등지의 각 군수공장에 동원돼 강제노역에 종사하다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및 시모노세키 피항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이후 귀국해 피폭 후유증 기타 장해에 시달린 끝에 모두 사망했다.
이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조선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피해자들은 일부 승소했다. 해당 일본 기업이 피해자에게 1인당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이미 사망한 경우 상속지분만큼의 금액이 인용됐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리자 일본 기업들은 상고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일본 기업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견해를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한 원심 판단에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에서 외국법인의 동일성 판단 기준 및 외국법 적용에 있어서의 공서양속 위반 여부에 관한 법리,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 및 효력에 관한 법리 등의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도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