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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바로 밑’ 당내 2인자 자리 신설…최측근 조용원 가능성

김미경 기자I 2021.06.01 12:19:23

당규약 개정해 ‘당 제1비서’ 자리 공식화
김정은 위임받아 회의 주재 권한도 맡겨
적화통일 문구도 손질…통일의지 접었나
민족해방 과업→사회 자주적 발전 실현
통일부 “공식적으로 확인·평가할 상황 아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 노동당이 최근 당내 2인자 자리인 ‘제1비서’ 자리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북한에서는 사실상 권력서열 2위로 꼽히는 인물이 여럿 등장했지만, 이처럼 당내 2인자 자리를 공식화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조선노동당 규약(이하 당규약)을 개정하고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제1비서, 비서를 선거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제1비서 자리는 김정은 총비서 바로 다음 가는 직책으로, 당규약에는 제1비서가 김 총비서의 위임을 받아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용원 북한 노동당 조직비서(사진=연합뉴스).
기존 북한에서 김 총비서를 대신해 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 직책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 뿐이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 총비서를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등 총 5명으로 구성돼있다.

당 제1비서라는 직함을 고려하면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조용원 비서가 맡았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 비서는 김 총비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7일 세포비서대회 2일차 회의를 지도하는가 하면, 김 총비서의 공개행보 때마다 바로 지근거리에서 수행해 그의 복심이자 권력 실세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제1비서라는 직함은 김 총비서가 2012∼2016년까지 사용한 직함이기도 하다. 2012년 당시 김 총비서는 고인이 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고 자신은 당 제1비서직을 신설해 맡은 바 있다. 이후 2016년에는 ’비서제’를 ‘위원장제’로 전환했다가 올해 초 이를 되돌리고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자신도 총비서 자리에 올랐다.

아울러 당규약 서문의 일부 문구도 손질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문에서 “조선 노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 해방 민주주의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다)”는 문구는 “전국적인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대체됐다.

또 당원 의무에서는 “조국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적극 투쟁해야 한다”는 대목을 아예 삭제하는가 하면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라는 문구를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로 바꿨다.

이는 북한이 적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사실상 내려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통일 의지를 접고 두 개의 국가 형태를 지향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할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정된 당 규약 전문이 아직 공개되고 있지 않다”면서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당 규약에 대한 정부 평가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당규약을 개정할 때마다 여러 경로를 통해 개정된 당규약 전문 입수를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입수된 전문이 개정된 규약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유관 기관들과의 평가 등을 거쳐 북한 노선 방향을 파악, 앞으로의 대북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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