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금지법이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문턱을 넘었지만, 야당 소속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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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당은 이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으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대북전단 발송 차단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은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에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은 정말 ‘김여정 하명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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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여정 하명법’이란 별칭은 왜 생긴걸까. 문제는 법안 발의 시점과 배경 때문이다. 지난 6월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삐라 살포를 원색적으로 비난 삼자 정부가 부랴부랴 법안 마련에 나선 모양새여서다.
앞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31일 경기 김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겨냥한 대북전단 50만장과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 카드 1000개 등을 대형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보냈다.
이에 김여정 부부장은 나흘 뒤 개인 명의로 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뒀다.
통일부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초래하는 행위”라며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법률 정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김여정 담화 발표 후 취한 조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판문점선언에 관련된 사항이어서 이행 차원에서 정부는 그 이전부터 준비를 해 오고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 8월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북한 정권의 대행업체인 적이 없다. 어떻게 우리 정부가 북한에 쩔쩔매고 있다고 단정하나”며 야당의원들을 향해 적극 맞섰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이미 규정된 남북한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이란 설명이다. ‘7·4 남북공동성명’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상 비방·중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또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문이 공개된 지 4시간여 만에 나와 오해를 불렀다. 특히 예정에 없던 정례브리핑을 열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는 게 정부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같은 달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2년 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국민세금 170억원을 들여 건립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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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남북이 1990년대 들어 여러 합의서를 통해 상호 비방 중단을 약속하면서 법상 대북전단 제한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2008년 대북전단 살포행위 규제를 위한 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18대~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주도로 8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논리에 막혀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돼왔다.
실제 통일부가 외통위에 제출한 ‘최근 10년간 민간단체의 연도별 전단살포 현황’을 보면, 탈북민 단체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94번에 걸쳐 총 1923만9000장의 전단을 살포했다. 경찰은 2008~2020년까지 총 12번의 살포 시도를 막았고, 그중 90% 이상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때 총 3차례, 박근혜 정부 들어선 총 8차례 전단 살포에 대한 경찰 제지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2018년 5월5일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이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전단 살포를 시도해 막았다.
탈북민 단체들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삐라 살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접경지역 주민들에겐 위협으로 돌아온다. 2014년 10월엔 박상학 대표가 띄운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북측이 고사총을 쐈고, 급기야 올해는 북한의 일방적인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북전단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확도가 떨어져 오히려 국내 떨어져 주변 환경을 헤치거나 인근 주민의 재산이 피해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또 일부 단체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폭로도 계속 나온다. 관련 단체에서 활동했던 전수미 변호사는 당시 외통위 전체회의에 진술인 자격으로 출석해 “전단 대부분은 휴전선에 떨어지기 때문에 북측 교화에 효과가 있었는지 회의적”이라면서 “일부 단체는 금전적 지원을 받기 위해 전단을 살포한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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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같은 이유로 남북 간 긴장이 반복되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가장 먼저 우려를 표하는 지점은 바로 표현의 자유 문제다. 반면 대북전단 살포의 주무대인 접경지역 주민들은 전단 살포에 크게 반발한다.
여론은 국민의 안전을 추구하는 쪽에 좀 더 치우친 편이다. KBS가 당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60.4%로 나왔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50%, 반대가 41.1%가 나와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그러나 2018년 판문점 선언 등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못한 상황인데, 해당 법안의 법적 효력이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도 제기된다.
일부 법률가들은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더라도 국제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 소재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제정되면 한국인의 표현의 자유 권리를 침해하고 인도주의·인권 활동을 범법 행위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2016년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 안전에 위협이 있을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날 처리된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표 발의자인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된다. 탈북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욕해도 아무도 잡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의 법안 단독 처리 이후 야당 외통위 위원들은 “김여정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까지 움직인 초유의 굴종적 사태”라고 맹비난했다.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위원들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주당은 단호하다.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처리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서 이 법을 다른 쟁점 법안들과 함께 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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