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日금리..아베-후쿠이 `역학관계`가 변수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강남규 기자I 2006.11.01 16:39:24

아베 총리, 드러내놓고 BOJ를 정책수단화 시도
후쿠이 총재, 스캔들 약점 탓에 맞서기 힘들어

[이데일리 강남규기자] 일본의 금리인상 여부는 `거시경제 변수`보다 `정치적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31일 경제상황을 평가하면서 내년 초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아베 신조 총리가 반발하고 나섰다. 말투만을 놓고 보면 마치 BOJ에 지시하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나라 건설`을 목표로 정치·사회 전 분야의 개혁을 부르짖으며 취임초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아베 내각과 BOJ가 본격적으로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으로 이날 발언을 풀이한다.

두 진영의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일본의 금융정책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단, BOJ에 불리한 요인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BOJ 자체가 번번이 경기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업보를 짊어지고 있는데다, 수장인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의 윤리 문제가 중앙은행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너무나 직설적인 아베의 발언

지난달 말인 31일 BOJ와 아베 내각 사이에는 의미심장한 주장과 반박이 이뤄졌다. 후쿠이 BOJ 총재가 일본 경제의 지속적인 확장과 점진적인 금리인상 방침을 밝혔다. 시장은 이를 내년 초 금리인상으로 해석했다. 

즉각 아베 총리(왼쪽 사진)가 후쿠이의 말을 받았다. 그는 “BOJ가 통화 정책을 통해 국가경제를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심지어 "(인플레이션의) 목표치에 대해 BOJ 의견이 나와 다른 것같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수상이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을 존중하는 흉내라도 낸 뒤 넌지시 의견을 말하는 게 요즘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 비춰볼 때, 아베의 발언은 내용이나 어조에서 모두 직설적이다. 사뭇 지시하는 듯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베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보다 직설적이다. 고이즈미는 “디플레이션 수준을 신중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의중을 BOJ에 전달했다.

특히 아베의 발언에 이어 경제산업성 차관이 나서 인플레이션이 5%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BOJ를 `1945년 체제`로 회귀시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포레스트대학 교수인 존 우드는 저서 `영국과 미국의 중앙은행 역사`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을 규정한 법규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쉽게 무시된다고 말했다.

현재 BOJ를 둘러싼 상황에 비춰볼 때 우드 교수의 지적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1989년 새로운 중앙은행법 제정으로 BOJ가 행정부의 `경제정책 도구`에서 `경제정책 파트너`로 승격됐지만, 그동안 판단착오와 도덕성, 장기 디플레이션 탓에 법적으로 규정된 독립성마저도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통화정책으로 국가경제를 지원해주기 바란다`는 말은 이미 폐기된 1945년 중앙은행법의 1조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시 법에는 BOJ가 국가경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달리 말해, 아베 총리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공공부채를 해결하고 경제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국정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를 위해 BOJ가 복무해야 한다고 `지시한 셈`이다.

◇후쿠이 체제의 약점..도덕성 실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멤버인 프레드릭 미시킨 교수는 지난 2004년에 발표한 `장기 디플레이션과 일본 금융정책`이라는 보고서에서 윤리성 상실과 정책실패 탓에 독립성이 훼손된 경우가 바로 BOJ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시킨이 말한 도덕성 실추의 장본인이 후쿠이 총재(오른쪽 사진)이다. 그는 올 상반기 이른바 `무라카미 스캔들`에 휘말려 세계 금융시장의 오피니언 리더들한테서 사임압력을 받기도 했다. 개인돈을 내부자 거래로 구속된 무라카미의 펀드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건 말고도, 후쿠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다른 사건은 이른바 `1997~1998년 스캔들`이다. 당시 BOJ 고위 관계자들이 금리조정 정보를 증권사 등에 알려주고 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간부 한명이 구속됐고, 부총재였던 후쿠이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스캔들과 새로운 중앙은행법 제정의 와중에 BOJ 총재에 오른 하야미 마사루는 도덕성을 무기로 막강한 대장성(현재 재무성)과 맞섰다. 그는 금융정책에는 성공하지 않았지만, 1998년 중앙은행법의 취지에 맞는 독립성을 갖추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무라카미 스캔들 직후 도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후쿠이는 내각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사임을 촉구 한 바 있다.

여기에다 1980년대 후반 이후 BOJ의 금융정책은 실패했다. 미적거리다 버블을 키웠고, 망설이다 경기하강 시점에 금리를 올리는 실수를 되풀이 했다.

따라서 후쿠이의 도덕성 시비와 BOJ의 그동안 실책이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한, 일본 중앙은행 독립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독자적인 금리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