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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앞서 지난 6월 제도 시행을 밝힌 바 있으나 가맹점주와 소상공인의 반발로 6개월 시행을 유예했다. 전국 시행 시기는 선도시행 시·도의 성과를 검증한 이후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 이후 2년의 준비기간과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전국적 제도 시행을 미루면서 섣부르게 제도를 도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세종 선도시행…전국 확대 여부 및 시기 불투명
23일 환경부는 1회용컵 보증금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예정대로 올해 12월 2일 시행하되,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선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미 다회용컵 사용제도를 비롯해 1회용컵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온 곳이다. 세종시는 공공기관이 입주한 지역으로, 이번 제도가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실질적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제도개편으로 달라진 점은 소비자가 다회용컵 사용시 할인혜택에 버금가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점이다. 또 반납시 같은 브랜드의 매장에서만 교차반납을 허용했다. 당초 모든 보증금제 대상매장에서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한 것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아울러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 대한 각종 지원책도 나왔다. 라벨비(6.99원/개), 보증금 카드수수료(3원/개), 표준용기에 대한 처리지원금(4원/개) 등 제도 이행에 드는 비용과 함께 라벨 부착을 돕기 위한 보조도구(라벨 디스펜서)와 1회용컵 간이 회수지원기 구매도 지원한다.
이밖에 정부는 공공장소에 무인회수기를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희망 매장에 무인회수기 설치비용도 지원한다. 컵보증금은 종전 300원 결정을 유지했다.
전국 적용이 보류된데에 대해 정선화 자원순환국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언론브리핑에서 “그간에 인지하지 못했던 제도적인 장애물, 구조적인 문제 이런 부분들을 파악 하고 해결을 하면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제도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부는 추후 전국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시행 여부나 시기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적용매장 대상의 범위 등 법률 개정으로 변경할 사항까지도 재검토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재활용업계 “1회용품에 보증금제 시행?…감축도 재활용도 애매하다”
애초에 1회용품에 보증금제를 시행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1회용컵은 한번 쓰고 버리는 폐기물이다. 해외에서는 사용을 직접규제하거나 다회용기 전환 등을 통해 ‘재활용(Recycle)’이 아닌 ‘감량(Reduce)’을 목표로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며 “1회용컵은 고품질의 재활용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재활용 용도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자체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간접적 효과로는 1회용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즉 1회용컵 보증금제는 감축과 재활용이라는 다소 불분명한 정책목표 하에서 섣부르게 해외 성공사례를 벤치마크하면서 제도를 밀어붙여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해외에서는 보증금제도를 ‘플라스틱 용기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해 실시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유럽 10개국, 미국 10개주, 캐나다 13개주가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은 빈용기보증금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도다.
플라스틱 용기 보증금제도에서 가장 유명한 제도는 독일의 ‘판트’로 국내에도 여러차례 성공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페트병 등 플라스틱 빈용기를 반납하면 제품 구매시 지급한 보증금을 돌려받으며, 90% 이상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